디아이와이(DIY)의 함정

2008.12.16 | 행사/교육/공지

DIY의 함정

전 세계를 뒤흔든 중국발 멜라민사태가 터지면서 제과제빵강좌가 큰 인기를 끌었고 관련 기구와 재료를 파는 곳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환경호르몬과 유해물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고 아이들에게 아토피가 크게 늘어나면서 천연비누와 천연화장품 만들기도 각광을 받고 있다. 수퍼나 제과점에서 파는 과자와 빵 대신 직접 쿠키를 구워주고 방부제와 인공색소, 인공향료가 든 화장품 대신 내 피부에 맞는 천연화장품을 홈메이드로 직접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자나 빵, 초컬렛부터 비누, 화장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DIY의 세계는 넓고 동호인도 크게 늘어나 관련 강좌와 온라인, 오프라인 카페도 수 백 곳이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먹을거리와 여러 생활용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장점이 많다. 완제품을 구입할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고 들어가는 재료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소량, 다품종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유해화학물질을 덜 써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챙길 수 있고  환경에도 이롭다.

그러나, 요즘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단지 사용할 때 느낌을 좋게 하거나 보기좋게 하기 위해 생소한 화학명으로 된 DIY재료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재료 판매업자는 어떤 것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졌는지 몸에 해롭지는 않은지 환경에는 어떤지 제대로 검증된건지 자세한 정보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2, 3년 전만 해도 크림이나 로션을 만들 때 쓰이던 유화제는 천연추출물로 2, 3가지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유화제가 10여가지에 이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화보조제도 많아졌다.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2008년 9월 시작되면서 대한화장품협회에서는 화장품 원료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천연화장품재료 쇼핑몰에서 파는 재료를 검색하니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검색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이름이 다르게 표기되어 있기도 한다.
이렇게 대한화장품협회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은 제대로 된 인체유해성평가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천연원료라 할지라도 모두 인체에 유익하고 해가 없은 것은 아니다. 또 기능성원료로 판매하는 원료들 중에는 일본과 미국의 소비자단체에서 유해성을 경고한 원료도 있다. 기능성 보습제로 파는 디메치콘은 다른 말로는 실리콘 오일인데 일본의 화장품 전문가가 쓴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 라는 책에서 규소계 합성 폴리머로 피부장벽을 파괴한다고 경고한 물질이다.
기능성물질로 판매하는 프로필렌글리콜은 미국의 환경단체이자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화장품안전성데이터베이스에서 독성단계 4로 중간정도의 독성을 갖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판매자, 소비자 모두 제대로 원료의 특징과 유해성을 모르고 사용하는 물질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화장품안전성데이터베이스에서 위험도 독성단계 7로 발암위험성까지 경고하는 인공향료는 화장품 원료뿐만 아니라 제과 제빵 재료로도 널리 쓰이고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문제제기해 이제는 가공식품에서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타르계 합성색소까지 제과 제빵 재료로 팔리고 있다. 사용하기 쉽도록 타르계 색소와 유화제, 인공향료를 한꺼번에 섞어 판매한다.



연인들 사이 초컬릿을 주고받는 발렌타인 데이 즈음이 되면 초컬릿 재료가 불티나게 팔리는데 장식재료로 합성색소가 섞인 색색의 설탕가루나 분홍빛, 노란빛 초컬릿도 필수품으로 팔린다. 금색, 은색의 구슬과 인공향료에 제빵개량제, 유화제, 방부제와 색소, 설탕이 잔뜩 들어간 통조림, 가공 소스들도 간편한 과자, 빵 만들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인기다.

그렇지만 그 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굳이 넣지 않아도 좋을 재료들이고 안전하지 않은 첨가물도 많다. 시중에 판매되는 먹을거리를 감시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잘 모르는 재료나 불필요한 첨가물은 직접 만드는 제품에는 넣지 말자.
DIY의 함정은 재료뿐만이 아니다. DIY를 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은데 기구와 재료를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싶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사들이기 쉽다. 또 대용량이 값이 싸다는 생각에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사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다 만들지도 못하고 유효기간이 지나 버리게 되거나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좋은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더 들 때도 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현명한 DIY 동호인이라면 불필요한 재료낭비가 적도록, 안전하고 꼭 필요한 재료만 잘 따져서 구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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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안전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곳

우리나라는 아직 유해성을 알려주는 곳은 없고 식약청과 화장품협회에서 사용용도정도만 알려준다. 미국의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화장품데이타베이스는 화장품 원료의 유해성을 0-8단계까지 구분해 정보를 제공한다. 전문용어가 많아 조금 어려울 수 있고 정확한 유해성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원료를 확인하는 버릇을 들이면 유해성을 판단하는 요령이 차츰 생긴다.

1. 화장품 재료
   *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미국) : www.cosmeticsdatabase.com
   * 대한화장품협회 -> 화장품성분사전웹사이트 : www.kcia.or.kr/cid

2. 식품 재료
   * 식약청 – 식품첨가물데이타베이스 : fa.kfda.go.kr

글 : 신근정(녹색연합 정책팀)
일러스트 : 엄정애(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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