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아빠(에코 파파)가 되어 보세요!!!

2009.01.07 | 행사/교육/공지

녹색 아빠(에코 파파)가 되어 보세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웰빙, 로하스라는 말이 삶의 방식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광우병쇠고기 수입, 멜라민 파동 등 먹을거리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은 환경의 문제가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불편함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과정을 기꺼이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녹색아빠가 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불편함과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가장 전제가 되는 조건, 그것은 집과 회사와의 거리와 상관있다. 아무리 의지가 높다하더라도 회사에서 집까지 왕복 3시간 정도가 걸린다면 물리적 시간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아빠가 슈퍼맨으로 포장되지 않기 위해서는 출퇴근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녹색 아빠로 살기란 어떤 것일까. 녹색 아빠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아이를 갖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녹색아빠가 되는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자신이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해서 아이에게 이런 고통을 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술, 담배를 끊고, 라면 등 화학첨가물이 들어있는 음식에 손도 되지 않았다. 이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부부가 함께 먹을거리에 대해 신경쓰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아이를 낳기까지 약 10개월의 시간동안 가급적 정기 건강검진에 부부가 동반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산교육은 꼭 함께 받기를 권장한다. 그래야 녹색아빠가 되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을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를 낳을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요사이 모유수유의 중요성이 널리 퍼져서 초유를 엄마의 젖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병원이 꽤 많이 생겨났다. 모유수유의 조건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간다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늑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면 더욱 좋다. 우리 부부는 부천에 있는 열린가족조산원을 선택했다.

기저귀 빨래하기

1회용 기저귀를 쓸 것인가, 아니면 천기저귀를 쓸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녹색아빠라면 당연히 천기저귀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어려움이 숨겨져 있을까? 적어도 반년은 기저귀를 빠는데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온전히 아빠의 몫이라는 것이다. 천기저귀는 무형광 제품을 선택해야 하고, 빨래를 할 때 초벌 빨래는 손으로 해야 하며, 가끔 삶아도 줘야 하고, 세탁비누도 친환경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울커버라는 것을 사서 입히면, 밤에도 천기저귀를 쓸 수 있다.
1회용 기저귀의 부피는 물론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2단계를 기준으로 두께 4센티미터, 가로 5센티미터, 세로 8센티미터의 부피를 지닌다. 하루 대략 10개를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무려 12미터 높이에 이르는 기저귀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쓰레기를 줄이고, 아이의 피부와 예민한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 출퇴근 사간에서 절약한 1시간을 아이와 환경을 위해 기저귀 빠는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녹색아빠가 되는 첫 걸음인 것이다.    

목욕시키기

갓난 아기를 씻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안기도 조심스러운데, 씻기는 일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산원에서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께 배웠는데도,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어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10개월이 지난 지금이야 씻기는 일이 일도 아니지만. 시중에 아이를 위한 여러 가지 욕조가 나와 있지만, 부모님 댁에서 큰 스테인레스 대야를 가지고 왔다. 어머님이 김장을 담그실 때 사용한다는 큰 대야가 아이를 씻기는데도 안성맞춤이다. 물을 받고, 아이를 씻긴 후 옷을 입힐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30분. 아이가 젖을 통해 엄마와 교감한다면, 목욕을 통해 아빠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놀아주기



아이와 놀아주다보면 아이가 시중에서 장난감이라고 파는 물건에 대해 관심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난감은 손에 들려주기가 무섭게 내던진다. 손수건 한 장으로 아이를 웃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장난감 하나를 사주는 것보다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요즘엔 이불장의 개진 이불 위에서 아빠에게 몸을 던지는 놀이를 자기 전에 함께 한다. 그러면 몸이 노곤해져서인지 잠도 잘 잔다. 하루 1시간 30분 정도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아빠가 진정 녹색아빠가 아닐까?

녹색 아빠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의지가 높다하더라도 물리적 시간을 만들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다행히 우리는 집에서 일터까지 거리가 걸어서 넉넉잡아 10분인 곳에 살고 있다. 주말에 부모님 댁에서 자고 월요일, 일터까지 가다보면 내가 일터에서 가깝지 않은 곳에서 살더라도 지금과 같은 녹색 아빠가 될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마 노력은 했을지라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녹색 아빠의 전형이 무엇인지 솔직히 잘 모르는 부분도 있고, 위에서 열거한 것은 극히 일부의 모습일 수 있다. 다만 내가 위치한 현실에서 녹색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아이와 아내가 기뻐한다는 사실을 모든 아빠가 가슴에 새기기를 바란다.

* 윤기돈 님은 2009년 한 돌이 되는 아기의 아빠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녹색휴식년을 보낼 계획이다.
한겨레21 에코파파 특집에 녹색 아빠(에코파파)로 소개된 바 있다.

글 : 윤기돈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일러스트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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