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설렘과 긴장도 뒤로 하고 바쁜 학사일정들 속에 어느덧 아이들이 기다리던 현장 체험학습으로 각 학교마다 대형 버스들이 아침마다 즐비하게 서 있다. 학교 앞에 서 있는 버스들을 보면서 어릴 적 소풍길에 단짝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엄마가 준비해 주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먼 길을 걸어갔던 그날을 떠올려 본다.
유난히 아침잠이 많았던 나. 그러나 소풍날 아침에는 왜 그리도 눈이 빨리 떠지는지… 도시락을 준비하는 엄마를 보며 행복했고 이것저것 좋아하는 간식거리들을 작은 소풍가방에 주섬주섬 챙기는 것도 즐거웠다. 친구들과 장기자랑이며 수건돌리기, 보물찾기 등 빙 둘러 앉아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즐거움에 한 두 시간 이상을 걸어가는 불편은 오히려 그 나이에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기 전에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가방에 담아오던 우리의 어릴 적 소풍이 그랬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소풍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이란다. 대형 버스를 타고 한 두 시간 가서 무슨 학습적 체험을 하는지… 그 뿐만이 아니다. 내 어릴 적 소풍 가방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었던 일회용품 투성이, 손수건 대신 물티슈, 도시락통에 정성껏 싼 김밥 대신 김밥 전문점에서 산 은박지와 검은 비닐봉지로 포장한 김밥, 물통에 담아가는 물이 아닌 일회용 페트병 물과 음료수… 왜 도시락을 그렇게 준비하냐고 물었더니 “무겁잖아. 그리고 먹고 나서 버리고 오면 깔끔하잖아.” 그렇다. 우리 아이들에게 도시락통이 무거우니 우리집이 아닌 대한민국에 버리고 오란다. 아니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구에 버리고 오란다.
오늘 내 아이도 현장 체험학습을 간다. 준비한 제철 과일을 한 통 먹기 좋게 잘라 넣어주고 또 다른 작은 통에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도 조금 넣어주고 우리집표 꽃김밥을 정성껏 만들어 도시락통에 담아 배낭에 넣어주고 물수건도 담아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무거우니?” 아이가 웃으면서 “아니, 엄마가 너무 좋아. 엄마 감사합니다~”
아이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도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다. 녹색생활은 불편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들 얘기하며 힘들어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생활 속에 행복이 있는 것 같다. 전혀 무겁다 하지 않는 내 아이의 작은 배낭 속에서 아이는 엄마의 정성과 엄마의 사랑을 먹으며 이 작은 지구를 위한 빈 도시락통과 함께 행복한 현장 체험학습을 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글 : 정미경 (녹색연합 옛사름 회원)
일러스트 : 엄정애 (녹색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