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존재를 인지한 첫 번째 기억은 동화 『곰 세 마리』입니다. 동화 속의 곰은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이고, 우리 집과 가족 구성원이 같아 가택 침입한 소녀의 시점에서 서술되었음에도 아기곰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읽었지요. 곰돌이 푸우, 정글북, 단군 신화 등 한 번도 곰을 보지 못했지만 친숙하게 여겼습니다. 부모님은 동물을 좋아하는 저를 데리고 서울대공원을 가셨어요. 그러나 대공원의 동물들은 저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행복은커녕 활기도 없어 보였어요.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동물원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2022년 4월 23일, 공교롭게도 제 생일날에 청주 동물원에서 열린 녹색연합의 곰소풍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름 없는 사육곰에서 반이, 달이로 불리는 보호곰으로 재탄생한 그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 신청을 하였죠. 그렇게 방문한 청주 동물원은 제가 알던 동물원과는 좀 달랐습니다. 관람이 아닌 보호로 방향 잡은 동물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야생동물의 이동 거리는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여 이들을 가둬놓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있던 서식지도 건설로 파괴하는 상황에 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게 현실이죠.
늙은 호박에 곰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가득 채워 주었습니다. 생일턱으로 사과를 사갔는데 곰들에게 줄 수 있어 좋았어요. 곰들도 저와 입맛이 비슷한지 과일부터 먹더라구요. 곰소풍에 참여하여 실제 바라본 곰은 생각보다 작고, 조용했어요. 어릴 때 충분한 영양공급과 운동을 하지 못해 몸이 작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앞발로 능숙하게 간식을 먹으며 만족한 표정을 짓는 반이 모습에 저도 위안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사육농장 곰 탈출 뉴스의 배경인 용인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웅담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웅담을 위한 곰 사육이 처참하다는 것에 많이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그래서 잡히지 않길 바랐는데 결국 잡혔고, 잡는 과정에서 사살 되었죠. 그 뉴스를 지켜보며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고기를 먹고, 패딩을 입습니다. 곰들을 위해 뭐라도 해보고 싶어하는 저의 마음이 얄팍한 자기 위안이라 해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얼마 전 환경부 주최로 2026년까지 사육곰 종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합니다. 아직 강제성은 없지만, 민간단체와 사육곰 농가 협회가 참여한 것이니 유의미한 결과라 할 수 있죠. 이 협약이 강제성을 가지도록, 그리고 종식을 위한 준비가 충분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 한 숟가락 얹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야생동물이 야생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살아가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졌어요. 웅녀의 자손들은 그럴 힘이 있으니까요.
글 이희윤 회원
녹색연합과 사육곰서포터즈가 함께 힘을 모아 농가에서 구출한 사육곰 네 마리는 각각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정기적으로 두 동물원에 방문하여 곰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23일, 녹색연합과 사육곰서포터즈는 함께 청주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참가자 이희윤님의 후기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