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차별하면서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_ 조효제 교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북토크 후기
글 : 송정화 님
저는 ‘생태계와 연결된 인간’으로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작은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늘 이것으로는 뭔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작년 가을엔,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으로 ‘에코사이드(Eco-Side) 절므니’라는 이름으로 ‘에코-페르소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 시작은 생태계를 파괴(Ecocide)하면 인간 또한 생존하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인간은 생태계 생물종의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피라미드 꼭대기 위치가 아닌 생태계 순환 속으로 그 위치가 회복(Ecoside)되어야 하고 한 개인의 진정한 정체성 또한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정확한 근거자료나 학술적 지식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모든 이 엉킨 문제들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조효제 선생님의 이번 북토크는 그렇게 오래 묵혀온 저의 갈증을 정확하고 시원하게 해소시켰습니다. ‘인권학 전문가가 말하는 생태학살범죄’는 곧 인간학살범죄와 동의어였습니다. ‘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자료와 증거들이 그 짧은 강연시간 동안에도 쏟아져 나왔고, 선생님은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아 쉴 새 없이 써내려갈 정도로 이 맥락을 관통하는 강렬하고 굵직한 이야기들을 풀어주셨습니다.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선생님만의 그 분위기는 이런 어두운 현실 가운데서도 ‘전환’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잔잔한 웃음소리 가운데 묵직하게 마음에 심어주었습니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꾸준히, 세상은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조바심으로 천천히 변해왔습니다.”
이 한마디에 눈물이 울컥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겨우 삼켰습니다. 무섭게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쓰레기의 홍수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흐름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방도 중 하나로 이 책을 읽고, 제가 닿는 이들에게 전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저자의 말처럼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서도 조바심을 가지고 해나가 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