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2022 그린컨퍼런스 – 기후정의 와글와글>이 열렸습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그린컨퍼런스는 혜화역 공공그라운드에서 시민 50분과 함께 했는데요. 각자 저마다의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기후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자리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아직 모호하게 느껴지는 ‘기후정의’란 말 속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기후위기를 정의롭게 해결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듣고 또 말하기 위해 <기후정의 와글와글>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요. 1부에서는 기후정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세 분의 연사를 모셔서 이야기를 듣고, 2부에서는 소그룹으로 함께 기후정의를 주제로 이야기했습니다.
1부에서는 글로벌 사우스, 젠더정의, 탈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세 개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첫번째로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net) 민정희 사무총장님 ‘남반구의 기후재난, 누구의 책임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주었습니다. 기후정의라는 개념은 기후위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남반구 국가들이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북반구 국가들에 책임을 묻기 시작하며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남반구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과 자원 착취, 남반구 기후정의운동의 요구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우간다의 젊은 기후운동가인 바네사 나카테는 ‘우간다 같은 나라 사람들에게 지구평균기온 1.5도 상승은 생지옥, 종신형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은 이 정도로 기후위기를 느끼시나요? 1.2도 상승한 지금은 견딜만 하다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 기후정의의 문제의식이라고 봐요. 우리는 같은 폭풍우 속에 있지만 어떤 이들은 큰 배에 타고 있고, 어떤 이들은 작은 종이배 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산업국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 국가들이나 후발주자인 미국이 남반구에서 토지와 노동력, 자원을 수탈해서 자본을 축적했고 그 자본을 토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거죠. 현재에도 매년 약 10조 달러의 자원과 노동력, 자본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유출되고 있고, 이러한 착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액수면 전 세계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액수의 70배 정도가 된다고 해요.”
“남반구 기후정의 활동가들의 최우선 요구는 기후재원 마련보다도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화석연료 채굴을 중단하라는 것이에요. 그 다음으로 남반구 기후취약국의 기후행동을 위해 북반구에서 재정기술과 역량강화를 지원하라는 것, 그리고 회복 불가능한 기후재난에 대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라 등의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강연에서는 ‘기후위기와 불평등, 왜 함께 해결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김은희 부소장님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식민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국제적 불평등의 문제 뿐만 아니라, 한 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불평등도 ‘기후정의’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인데요.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은 결코 평등하지 않고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 또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특히 젠더적 관점에서 해주셨습니다.
“전세계 부자 순위 1,2위인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우주 여행에 투자하고 로켓을 쏘아올릴 때, 남반구 여성들은 코로나와 기후위기가 겹치면서 최악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마다가스카르를 예로 들면 40년 전에 비해 강우량이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인구의 40%가 식량부족과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요. 어린이 18만 명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이죠. 우간다의 여성들도 기후재난으로 인해 더 멀리 물을 길러 다녀야 하고, 인신매매와 성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은 불평등을 심화시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불평등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가 묻는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배출집약적인 소비나 생산을 촉진시키고, 부유한 엘리트에 의한 기후 정책의 방해를 촉진하고, 기후 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약화시키며 집단행동의 사회적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70년대 중반 이후 북반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쳤던 구호는 성평등 증진이 경제 성장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여성들을 더 많이 고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평등이 경제성장이라는 톱니바퀴를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치는 기름칠 같은 것이었다면, 다시 생각을 해봐야죠. 성평등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관된 결과이지만, 경제성장이 성평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결과는 일관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경제성장하면서 기후위기 해결이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의 김현우 소장님이 발표해주셨는데요.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정치사회적 동역학과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이야기 할 때 왜 ‘탈성장’이라는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된 미래가 단칼에 끝나는 멸종은 아닐 겁니다. 이건 제가 만들어본 문장인데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닌 길게 늘어지고,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우며 위기 속에서도 일상은 있지만 더 이상 정상성이 가능하지 않은 세계, 가까운 미래이자 현재부터 이어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모로 ’다른’ 세계일겁니다.”
“자본주의는 착취 뿐만 아니라 파괴 체제입니다. 그런데 저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주의적인 가부장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윤을 위한 생산과 자본, 권력으로만 지금의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부장제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채굴주의와 다른 종과 자연의 억압, 착취 체제가 모두 결합되어 있을 거에요. 이건 경제 체제이기도 하고, 문화 체계이기도 하며 신념체계이기도 합니다.”
“저는 탈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은 체제 전환, 기후위기 대응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탈성장이라는 진실은 사실 50년 전 <성장의 한계> 저자들이 이미 말해온 것이죠. 저는 이러한 전제 속에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원칙과 수단은 무엇일지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
이후 2부에서는 소그룹으로 둘러앉아 30분 동안 세가지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작은 원으로 둘러앉아 위와 같은 질문으로 기후위기, 혹은 기후정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나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평소에 고민하거나 느끼는 점들을 솔직하게 나누었는데요. 1부의 강연을 들으며 생각한 내용도 함께 나누면서 공감의 지점을 확인했습니다. 혼자서만 생각하던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정의는 ooo이다’라는 질문에 함께 쓰고 답했는데요. 기후정의는 ‘다정함’, ‘모르는 건 무책임’, ‘손잡기’, ‘힘을 갖는 것’, ‘공감과 연결’, ‘공존을 위한 싸움’, ‘하나의 확실한 정답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제안을 가능케하는 질문들’이다 라는 여러 답변들을 확인했습니다.
기후정의, 한 문장을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와 모든 생명들이 어떻게 하면 더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희망의 이야기아닐까요? 아직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함께 계속 고민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기후정의 와글와글에서 이야기 나누어준 세 분의 연사들과 참가자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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