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예정지역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다. 지금까지 경부운하 반대의 흐름은 주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운하로 인해서 삶의 기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농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 경부운하와 금강운하가 연결되는 충남 괴산군민들이 그 주인공이다. 운하백지화 괴산군민행동 창립대회에 녹색순례단이 함께했다.
창립대회에는 녹색순례단을 포함하여 150여명이 참석했다. 괴산군민행동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개발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천명하며 이명박 정부 측에 “천만대 흐르던 물줄기를 막고 운하를 건설한다는 한반도운하 건설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괴산 이외의 다른 경부운하 예정지역 지자체들은 운하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경부운하의 건설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산군민행동은 운하가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석산개발 후 부작용을 경험했습니다. 석산을 개발하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들었었는데 오히려 가재를 잡던 하천에 토사가 쌓이는 등의 환경파괴만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운하추진측에서 주장하는 장밋빛 환상을 그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충주댐 건설 후 발생한 환경변화 역시 괴산군민이 운하 백지화운동에 나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공동대표 이재화씨(괴산친환경농민연합회 회장)는 충주댐이 생긴 후 오전 9시 30분, 10시나 돼야 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운하가 뚫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대회가 끝난 후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거리 홍보전을 시작했다. 수십여 개의 만장과 피켓을 들고 군민회관에서 괴산군청까지 행진했다. 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 거리에서 서 있던 사람들은 행렬을 유심히 지켜보며 나눠주는 홍보전단지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10살이 채 안 된 어린이부터 70대 이상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걸었다. 축제였다. 괴산군민행동과 참여한 주민들의 움직임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넘쳐났다.
한편, 운하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지자체인 대구에서도 3월 14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운하백지화 국민행동본부가 발족했다. 대구경북행동본부는 운하건설이 온 국토와 국민에게 불행을 안겨 줄 망국적 정책임을 알리며, 운하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함께 열었다. 또한 ‘김범일 대구시장과 일부 지역 언론이 경부운하의 타당성은 검증하지 않고, 개발을 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단순논리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역적 연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3월 19일 11시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에서는 경기도 여주, 이천, 양평과 강원도 원주, 충북 충주, 제천, 괴산 등 7개 시군지역의 7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한 ‘남한강을 사랑하는 3도 사람들’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다. ‘남한강을 사랑하는 3도 사람들’은 이후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 중요성과 강과 삶과의 관계를 알리는 등 ‘강’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운하백지화 운동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총선을 경부 운하를 추진하는 분수령으로 삼을 것이다. 지역과 시민들 사이에서 경부운하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는 경부운하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여론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