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녹색순례 5일차>바다, 안녕~ 강릉 구정리, 안녕?

2012.04.30 | 녹색순례-2012

 


 







  녹색순례는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온 몸으로 소통하기 위해 나서는 길 떠남입니다. 199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녹색연합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하며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며 자연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올해로 15회째를 맞는 녹색순례는 설악산 케이블카, 골프장,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의 아픔과 동시에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코스입니다. 그 길을 걸으며 자연의 봄을 느끼며 나와 함께 걷는 당신을 보는 소중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녹색순례 일정의 절반을 훌쩍 넘긴 5일째 아침, 역시 낙산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그리는 명상으로 시작했다.
오늘은 강릉 구정리 마을로 향한다.
이틀간 바다와 짧은 이별이다.
나즈막히 작별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낙산해수욕장을 벗어나 낙산대교를 걷다 무심코 좌측 바다를 바라보니 모래가 바다와 남대천을 구분하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래가 뚫린 좁은 통로를 통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
길을 활짝 열지 않고 부끄러운 듯 작은 통로를 통해 섞이는 모양이 참 낭만적으로 보이는건 기분탓인가^^


마치 긴 머리결을 자연스레 풀어헤친 듯 천천히 굽이쳐 흐르는 남대천을 오른편에, 손에 잡힐 듯 병풍처럼 펼쳐진 백두대간을 향하며 걸었다.
나비가 길을 열어주듯 떼로 날아다니는 모습에 순례노래 ‘참 예쁘네요’가 절로 터져나온다.


‘소리명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풀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에 집중하려는데 소리보다 강한 풀냄새에 넋을 놓고 있다가 잠시후 귀를 통해 수많은 정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각의 목청을 자랑하는 새, 벌의 바쁜 날개짓, 심지어 소리를 그리기 위해 펼친 도화지에 수액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어떤 이는 100미터가량 떨어진 집 안에서 부부가 저녁으로 무엇을 지어 먹을지 상의하는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양양 터미널에서 한시간가량 달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주민들이 195일째 골프장 반대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강릉시청.
바로 어제 생명버스 참가자 200여명이 다녀간 참이었다.
어르신들은 우리문제를 전국이 다 알게 되었다며 힘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오랜 싸움으로 지친 몸 보다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는 아닐지 생각하게 되는 고립감에 더 막막하고 힘드셨을게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겨우내 어르신들을 감싸줬던 이불더미를 끌어내 탁탁 털어드리는 일.


털어지는 먼지처럼 골프장으로 고통받는 어르신들, 생명들의 시름도 털어내버렸으면 좋겠다.


 










약 세시간 가량 걸어 오늘의 목적지인 구정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마침 오늘 낮까지 생명평화결사단이 다녀가 도법스님과 주민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되어 함께 참여했다.


늦은 밤까지 주민들의 그간 억울함과 답답함, 분노와 신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더라도 주변 지인들에게, 활동을 통해서 널리 알리고 마음들을 모으고마 다시 다짐한다.


 


김세영(1모둠 와이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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