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순례 6일차] 생물권 보전지역, 비무장지대?

2013.05.31 | 녹색순례-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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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 그 후(Life After People, 2008)>라는 영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인류가 멸망한 후 지구는 어떻게 변하는지 각종 재난 사고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도시의 마천루는 식물의 힘으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동물들은 지구를 자유롭게 활보하여 5년 만에 인류의 흔적은 지워집니다. 2km의 DMZ를 보면 <인류멸망 그 후>가 떠오릅니다.

사미천 습원

DMZ는 남방계와 북방계 생물이 교류하는 자리에 있고,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온대지역의 천이과정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60년간 개발되지 않은 DMZ는 남북 양측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화공작전 때문에 극상림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한반도 중부지역의 동서가 끊어지지 않고 있어 생태적 가치는 몹시 뛰어나고, 산불로 인해 서식지의 이질성이 커져 생물 다양성은 매우 높습니다.

더불어 민간인 통제구역은 도심과 같은 개발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한적인 영농활동만 이루어져 야생동물의 주요한 먹이터가 되기도 하고, 산림이 온전히 보전되어 숲의 임령이 높고, 일부 극상림도 나타납니다.

한강하구를 포함한 임진강, 토교저수지 일대는 철새 이동 경로의 중간 기착지로 다양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여울에 발을 담그고 가고, 동쪽으로는 산양, 사향노루, 삵, 열목어 등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등이 서식하는 한반도의 가로 생태축입니다.

임진강 2

말의 성찬뿐인 “생물권 보전지역”

몇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DMZ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환경부와 경기도, 강원도는 DMZ생태비전 선언(2008년)을 통해 DMZ일원에 대해 유네스코 MAB(Man and the Biosphere, 인간과 생물권계획) 위원회에 생물권 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을 신청할 계획을 갖게 됩니다.

보호지역이 독특한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되는 반면, 생물권 보전지역은 그 안에 인간도 포함시키고 있으며 대표적인 경관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호지역과 다릅니다. 생물권 보전지역 신청을 위해 2010년 8월 ‘비무장지대 일원 보호지역 지정계획’에 따라 핵심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였으나 일부 주민, 지자체의 반대로 2013년인 아직까지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2011년 가을 환경부, 국방부, 문화재청, 산림청, 경기도와 강원도, 파주시, 연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유엔군사령부, 유네스코 MAB 한국위원회 등 15개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DMZ를 포함한 DMZ일원 총 2,979㎢에 대해 생물권 보전지역을 신청하게 됩니다. 민간인 통제구역 지자체 중 철원은 주민과 지자체의 반대로 인해 민간인 통제구역이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br(c) 환경부

2012년 7월, 정기 MAB이사회에서 한국의 DMZ 생물권 보전지역 신청은 유보(deferral)되었습니다. 정부는 철원지역의 용도구역 형성 결여로 인한 문제가 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철원의 문제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DMZ는 한국정부에게 관리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생물권 보전지역을 지정할 수 없습니다(남측 DMZ의 관리권한은 유엔군사령부에 있습니다). DMZ는 북한에게도 결정권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의 과정도 필요했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05년 DMZ 생물권 보전지역 추진발표 이후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를 설득하지 못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은 생물권 보전지역과 법정 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되었을 경우, 법정 보호구역으로만 관리됩니다. 연구 및 모니터링, 주민 소득과 연계되는 생물권 보전지역의 특성을 살려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명분을 위한 생물권 보전지역 설정이 아니었나 생각 됩니다.

오래전부터 환경부 등 각종 정부부처, 지자체는 DMZ에 대한 보호계획 혹은 개발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통합적으로 관리되거나 논의 중인 계획이 없습니다.

DMZ일원에 다양한 시·군이 존재하여 관리주체가 많기 때문이지만 DMZ의 생태적, 문화적, 역사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통합적인 계획을 세워 현실성 있고 계획적인 보호활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탄강

두루미들은 도로변에 설치된 차양막과 계단식으로 된 밭에 몸을 숨기며 접경지역 주민들이 갈아엎지 않은 밭에서 낱알을 먹고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으러 떠납니다. 서해5도 최북단 백령도로 찾아오는 점박이물범은 주민들이 쳐놓은 그물을 찢는 얄미운 존재이지만 머구리(잠수부)에게 장난을 치며 이제는 주민들과 공생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보호구역은 탁상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 그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과 동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보호구역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할 때입니다.

 

* 5월 28일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순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날부터 대청도-백령도로 가는 배편이 운항되지 않았고, 28일도 파고가 높아 예약한 배편은 운행이 중단되었고,

그나마 운항예정인 배는 대청도-백령도 주민 분들을 우선 탑승이 되었고 계속되는 비소식에 부득이하게 순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순례는 마무리 되었지만 오늘(30일) 진행 예정인 백령도 주민들의 “점박이 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총회에 순례 기획단이 참가합니다. 순례 기획단이 전하는 순례 그 후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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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 녹색순례 홍보팀 (신수연/이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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