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녹색순례 일정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전반기가 설악산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후반기는 가리왕산을 중심으로 녹색순례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오늘은 진부면에서 두타산 자연휴양림까지 열심히 걸었습니다.^^
도로를 따라 걷는 내내 수많은 공사현장들이 보입니다. 바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도로와 철도 공사들이 한창 진행중에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길을 넓히고 직선 코스의 길을 새로 만듭니다. 산을 깎고 땅을 파헤치고, 비단 가리왕산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타당성도 없는 공사들을 단지 2주의 동계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동과 돈을 들여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걷다보니 공사로 인해 삭막했던 공간 속에서 아름다운 정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1928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마평리에 지어진 청심대라는 정자입니다. 이 곳에는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습니다. 강릉부사로 부임했던 박대감이라는 사람이 중앙부서로 상경하게 되자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던 청심이는 정인을 배웅한 후 절벽 위에 올라 낭떠러지 계곡으로 몸을 날렸다고 합니다. 돌아가면 또 다른 상전을 모셔야 하는 관기의 운명을,거스르고 정인을 향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청심의 뜻을 어여삐 여겨 1928년 이곳에 정자를 짓고 청심의 이름을 따 청심대라 불렀다고 합니다.
청심의 가슴 아픈 사랑을 뒤로한 채 만난 표지판 하나가 또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그것은 ‘야생동물 퇴치 시스템’ 이었습니다. 물론 땀흘려 가꾼 농작물이 야생동물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도 분명 안타까운 일이긴 합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니까요. 하지만 야생동물들이 왜 이런 곳까지 내려와서 농작물을 먹어야 했을까요.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을 파괴하고 그들이 먹어야 할 것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빼앗았기 때문 아닐까요?
사람과 동물이, 식물이,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