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리왕산으로 출발!
오늘은 물길을 걷고 산을 넘는 그야말로 ‘자연 속으로’ 코스이다. 우리가 걷는 주변은 첩첩산중이라는 강원도를 나타내듯이 주변에는 나무와 강물이 가득했다. 서늘한 바람, 졸졸졸 물소리, 홀딱벗고 새소리(검은등뻐꾸기)를 벗 삼아 우리는 걸었다.
우리의 주요 주제가 <가리왕산>이라는 노래에는 ‘자작나무 떼로 몰려와’라는 구절이 있다. 멀리서 보면 다 같은 녹색으로 보이는 나무들을 조금만 유심히 보면 자작나무가 보인다. 녹색세상인 나무들 가운데 연둣빛 잎을 가지고 있으며 나무껍질이 흰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나무껍질을 태우면 ‘자작자작’ 탄다고 하여 붙여진 자작나무는 노랫말그대로 한 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빽빽한 나무들을 자세히 보면 저마다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색이 다 같은 녹색이 아니고 소나무처럼 갈색을 띄는 녹색, 자작나무처럼 연둣빛을 내는 녹색, 은사시나무처럼 바람이 불 때 은색처럼 반짝이는 색. 그야말로 다양하다. 한 때 다 같은 녹색이려니 생각했던 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걸으면서 너는 누구니, 색이 좀 다르네, 오 조금 특이한데 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오늘의 주요코스는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물가 한쪽에 자리 잡은 바위들을 길 삼아 우리는 걸었다. 역시나 자연은 지루하지 않은 존재이다(아스팔트길처럼 지루하지 않다). 중간 중간 물웅덩이가 우리를 깜짝 놀래켜주고 우리키만큼 뻗어있는 나뭇가지가 손을 뻗치며 가지 말라고 붙잡는다. 그래도 우리는 제 갈길 가려하는데 무당개구리, 뱀, 가시나무도 등장하면서 우리의 눈길과 마음을 붙잡는다. 그러니 어찌 단 한순간도 마음을 안 줄 수 없다. 사랑스럽다. 헤헤 🙂
물길을 건너가는 내내 자연의 촉감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가는 중간 중간 도시락도 먹고, 바위 위에 누워 꿈을 꾸기도 하며 우리는 자연 속에 있었다.
우리는 계속 걷는다. 걸으면서 보이는 모습이 다양해지기 시작한다. 흙을 파 올리는 포크레인,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뚫고 있는 굴삭기, 터널공사를 시작하고 있는 곳까지 보이는 모습이 이상해진다. 심지어 공사장 근처에서 로드킬로 죽어있는 담비도 보았다.(아,,, 담비야 좋은 곳으로 가렴) 글을 쓰면서도 화가 난다. 가리왕산에 다다르면서 마음이 심란해진다. 내일은 가리왕산에 올라간다는 데 더 심란하다. 내일 눈 똑바로 뜨고 봐야지.
글 1모둠 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