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녹색순례 5일차] 녹색연합과 걸어요

2023.04.09 | 녹색순례-2023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녹색순례’라는 이름으로 활동가들은 그해에 가장 치열했던 환경현장을 찾아 걷습니다. 녹색순례 22년, 그 발걸음은 아파하는 이땅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23번째 녹색순례단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한강하구를 따라 걷습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그곳을 따라 걸으며 드넓은 갯벌, 생명,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접해봅니다. 순례는 7박 8일(4월 5일~4월 12일) 동안 진행되며, 순례단이 보고,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오늘은 녹색순례 5일차 였습니다. 아침에 버섯나물밥을 먹었고요. 오전 9시 쯤 숙소를 출발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걸음으로 오늘의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쯤 걸어서 망양돈대에 도착했습니다. 망양돈대는 고려시대 삼별초의 대표적인 항쟁지 중 하나인데, 삼별초는 고려의 개경 환도에 반대해 강화도에서 진도로, 또 제주도로 옮겨가며 항쟁을 지속했습니다. 고려는 개경에 환도하기 전까지 38년간 강화도를 수도로 삼았는데요. 그만큼 강화도와 교동도 지역은 군사적인 요충지였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삼별초가 제주도에서 패퇴한 후 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 지역으로 건너가 류쿠 왕국을 세웠다고 하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발견되는 기와 양식이 무척 비슷하다고 해요. 삼별초를 기념하기 위해서인지, 진도와 제주에서 보낸 진돗개 석상과 돌하르방이 있었습니다.

망양돈대를 출발한 순례단은 다시 걸어서 천상병 시인과 그의 시 <귀천>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조성된 ‘천상병귀천공원’ 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공원은 건평항 부근에 조성되어 있는데, 천상병 시인은 건평포구에서 <귀천>의 시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원에서 순례단의 후발대가 정식 합류해 함께 걷기 시작했습니다. 후발대를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함께 걸을 동료가 많아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순례단은 다시 걸어 ‘가릉’ 이라고 하는 고려시대의 왕릉에 도착했습니다. 강화에 있는 가릉은 남한에 있는 4개의 고려왕릉 중 하나라고 해요. 고려의 수도가 개경(지금의 개성)이었기 때문에 다른 왕릉은 모두 북한에 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의 왕릉은 우리가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조선의 왕릉과 다르게 생겼는데, 조선 왕릉에 비해 비교적 단촐한 느낌이었습니다. 개성에 있는 왕릉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릉과는 어떻게 다를까, 또 어떻게 비슷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계속 걷고 걸었는데, 중간중간 쉬어가며 강화나들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때론 차도로, 때론 인도로 걸으며, 그리고 때론 조용히, 때론 서로 대화를 하며 순례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았는데,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서 걷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스팔트 길을 계속 걸어서 그런가, 흙길을 밟고 싶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지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었고, 다음날 일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날 일정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 숙의와 토론을 거치는 모습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정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저는 이렇게 민주적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이 녹색연합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숙소에서 본 노을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노을을 보며 마음 속으로 하루를 정리하고 되새기며 다음날 순례를 또 다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는 걸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일의 순례일지도 기대 해 주세요!



*기록 : 23회 녹색순례단 4모둠(장성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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