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녹색순례’라는 이름으로 활동가들은 그해에 가장 치열했던 환경현장을 찾아 걷습니다. 녹색순례 22년, 그 발걸음은 아파하는 이땅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23번째 녹색순례단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한강하구를 따라 걷습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그곳을 따라 걸으며 드넓은 갯벌, 생명,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접해봅니다. 순례는 7박 8일(4월 5일~4월 12일) 동안 진행되며, 순례단이 보고,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어느덧 순례 7일차, 볼음도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볼음도에는 배가 출항하지 못할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붑니다. 강원지역에서 들려오는 산불소식과 각종 가뭄에 비를 반갑게 맞이하기로 합니다. 게다가 오늘은 같은 숙소에 머물기 때문에 그간 짊어진 짐을 두고 걸을 수 있어 그래도 몸이 조금 가뿐합니다.
생식을 든든히 챙겨먹고 오전에는 볼음도 앞바다에서 해양쓰레기를 주웠습니다. 해양쓰레기는 크게 육상, 바다, 해외발 쓰레기로 나누어집니다. 중국과 인접해있는 서해 5도, 특히 백령도와 대청도 해변가에서 확인되는 페트병 10개 중 9.5개가 중국페트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국발 쓰레기가 많이 발견된다고 하니 흐르는 바다는 모두 이어져있다는 것,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바다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주워담은 쓰레기는 성상분류를 해보니 각종 쓰레기들 가운데 역시나 스티로폼 재질이 가장 많았습니다. 쓰레기는 무게로 쓰레기 가격이 매겨집니다. 스티로폼이 가장 많으니 무게가 가벼울 수 밖에 없고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녹색연합과 같이 자발적인 시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데, 볼음도와 같이 인적이 드문 섬의 경우는 자원활동가의 발길이 닿기 어려워 자꾸만 쓰레기가 쌓일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갈 수 있는 지원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돌아와 우리가 이에 어떤 대응과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나누었습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대형 폐기물을 비롯해 미세플라스틱과 생활하수와 같은 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2024년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위한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됩니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개선 방안을 국제적으로 적극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발생원을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에 대한 처리 시스템과 저감 방안을 마련해야합니다.
볼음도, 섬 주민과 함께하는 시간
오후에는 섬 주민들과 함께 볼음도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볼음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현장으로 갑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져 전 이장님의 안내를 따라 갯벌 한가운데에서 어민의 삶을 경험하거나, 볼음도 오반장님을 따라 볼음도 해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찾아갔습니다.
볼음도 갯벌팀
갯벌팀은 마을주민의 트렉터를 타고 갯벌을 3km가량 들어갔습니다. 넓고 반짝이는 갯벌 위를 달리는 기분은 마치 갈매기와 같이 하늘을 나는 듯했습니다. 신발을 벗고 발을 댄 갯벌은 너무나도 차가웠지만 부드럽고도 단단했습니다. 갯벌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볼음도의 소리팀
볼음도의 소리 팀은 볼음도 북서쪽으로 이동해 섬을 따라 걸었습니다. 볼음도와 말도 사이 강이 바다가 되는 지점, 그곳에서 들리는 놀라운 소리를 들으러 볼음도의 오반장님을 따라 갔습니다. 뾰족한 바위를 지나 부드러운 갯티를 지나 걷다보니 마치 거대한 폭포 앞에 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물살이 요동치는 곳은 어류들이 튀어올라 갈매기들에게는 신나는 뷔페이기도 합니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다가왔던 서해바다의 요동침을 고스란히 느낀 시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온 마음 가득 담았습니다.
저녁에는 그간 순례를 회고했습니다. 쉼이자 배움이자, 경험이나 연대의 자리인 순례길에서 활동가들은 각각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한 것 같았습니다. 고마움을 한껏 나누고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기록: 23회 녹색순례단 3모둠(김진아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