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녹색순례 1일차] 땅위를 걷는 사람들 ; 바다를 듣는 날

2024.04.24 | 녹색순례-2024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해마다 봄이 되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배낭을 메고 온몸을 자연에 의지한 채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그 간의 녹색순례는 아파하는 이 땅의 신음에 귀 기울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24년 4월 24일 시작된 24번째 녹색순례는 다시 위기에 처한 설악으로 갑니다. 설악은 결코 포기하지 않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설악산이어야만 하는 모두의 간절함을 담아 걷습니다. 양양과 속초를 걸으며 설악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순례는 7박 8일(4월 24일~5월 1일) 동안 진행되며, 녹색순례단이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약 서른 명의 녹색순례단이 양양종합운동장에 모였다. 하늘은 흐렸지만 약한 봄비가 흩날리며 우리의 시작을 축복해주는 듯 했다. 걷기에 적당한 날씨와 바람이었다. 발대식을 가진 뒤, 설악과 함께할 앞으로의 8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출발하는 녹색순례단을 응원하며, 피켓팅 하는 박그림 대표님)

 녹색순례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의 자연과 온몸으로 소통하기 위해 나서는 길 떠남이다. 그 시간 동안 온전히 자연을 만나고,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이 순례는 땅 위를 걷는 사람, ‘사티쉬 쿠마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인도의 환경운동가이자 생태철학자인 그는 핵무기에 반대하기 위해 인도부터 워싱턴까지 걸었다. 녹색연합도 환경운동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다 평화순례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환경 현장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다.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2000년대 초반,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사티쉬 쿠마르를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는데. 자연과 가까이 걸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운다는 그의 말을 떠올리며, 순례의 한 걸음씩을 내딛는다. 

 순례길 1일차의 테마는 ‘바다를 듣는 날’. 양양군청 인근을 지나자 양양남대천을 따라 걷는 길이 시작됐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의 4대강과 달리, 양양남대천은 오대산과 설악산을 끼고 있어 상당히 많은 물이 흐르는 하천이라고 한다. 또한 서재철 전문위원님은 1990년대까지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면서도 이 곳과 울진 왕피천의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연어가 회귀하는 하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댐이 생기며 연어가 지나는 길이 막혔다. 지역의 많은 노력으로 지금은 정비를 통해 어로를 만드는 등 타 지역보다는 조금이나마 잘 보존되기는 했다지만 여전히 연어의 회귀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많은 환경 문제들이 있다. 

 

 기수역을 지나 바다를 따라 걸었다. 비는 그치고 하늘이 갰다.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 덕분에 내딛는 걸음걸음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낙산해변의 해안방재림. 이 곳의 방재림은 무척 잘 조성되어 있는 편이었는데 기후위기로 더욱 날씨가 더욱 뜨거워지고, 재해가 심해질수록 방재림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해변가의 염생식물과 기후변화의 이야기를 들으며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에서는 2005년의 대형산불 현장을 만났다. 설악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아파하는 자연을 보고 느끼고,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 그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글.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변인희 활동가

* 제 24회 녹색순례는 한살림연합에서 유기농 쌀과 미숫가루를, 에코생협에서 식재료를, 철도노조에서 물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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