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녹색순례 2일차] 서로를 향해 한발짝 더 ; 동료를 듣는 날

2024.04.25 | 녹색순례-2024

녹색순례 이틀차인 25일, 오전 8시 15분을 막 넘긴 시각 모든 활동가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다시금 걸을 준비에 나섰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약 5km에 달하는 산행을 포함한 순례였다. 활동가들은 어제보다 더욱 신경 써 온 몸 곳곳을 풀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 북쪽 끝에 위치한 물치항 위로 떠오른 해는 오전부터 작열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그 아래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곁에 두고 서른여 명의 활동가들은 걷기 시작했다. 설악동으로 들어가는 곳곳에는 동물들이 있었다. 하얗고 노란 치즈색의 길고양이가 시작이었다. 그 다음엔 하얀색부터 검정색까지 내딛는 활동가들의 걸음걸음에 맞춰 멍멍 짖는 강아지들, 그리고 판에 가려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짙은 갈색의 소들과 얼굴을 내밀고 꼬꼬 울어대는 닭들, 머리 위로 계속해서 날아오르고 내리는 크고 작은 이름 모를 새들까지. 단 네 시간도 안 되어서 앞 뒤 옆 동료들을 포함해 세면 모두 여섯 종이었다. 눈으로 다 볼 수 없는 이 공간에는 셀 수도 없는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겠지, 짐작만 하며 우리는 계속 걸었다.

설악산국립공원으로 들어가기 전 활동가들은 잠시 정자에서 숨을 돌렸다. 이어 이틀차의 테마인 <동료를 듣는 날>에 걸맞게 ‘오늘의 동료’를 정했다. 짝꿍은 두 명씩 랜덤으로 정해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약 한 시간의 시한부 정략 짝꿍들은 소란하지 않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설악산 국립공원까지 걸었다.

설악산 국립공원 들어가는 길목에는 흐르는 물길 위로 웬 울타리와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과거 입장료 때문에 정해진 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길로 신흥사에 드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고 했다. 특정 목적 때문에 자연경관을 제 것인냥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때가 있었다니, 하며 탄식하다 요즈음을 떠올리니 질끈 눈까지 감겼다.

산행 시작 후 한 번의 쉼을 갖고는 단번에 활동가들은 오늘의 목적지인 비룡폭포에 도달했다. 비룡폭포는 동해로 흘러드는 지류가 만든 폭포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이다. 와르르 쉼 없이 쏟아지는 폭포소리 때문에 우리 순례대장 박은정 활동가는 같은 말을 폭포 바로 앞, 조금 떨어진 곳,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까지 삼삼오오 오밀조밀 모여 쉬는 활동가들에게 세 번이나 각각 전달해야 했다. 우레와 같은 빗소리와 닮은 폭포 소리를 배경삼아 3분 간의 명상을 마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활동가들은 하산했다.

약 21km를 걸으며 활동가들의 두 발은 쿵쿵 심장이 뛰는 듯 박자에 맞춰 아파오고, 퉁퉁 부어오른 발가락으로는 한 발짝도 더 내딛기 힘들 때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설악은 결코 포기하지 않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번 24회 순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는 내일도, 또 그 다음 날도 걷는다.

글. 녹색연합 이음팀 김선아 활동가

* 제 24회 녹색순례는 한살림연합에서 유기농 쌀과 미숫가루를, 에코생협에서 식재료를, 철도노조에서 물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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