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2001 두만강 녹색순례 최종보고서

2002.05.29 | 녹색순례-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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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환경오염과 주민피해에 대한 조사 보고서
– 개산툰에서 백두산까지

1. 개요 및 조사 방법

한국과 중국의 민간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연변록색연합회는 6월18일부터 24일(6박7일)까지 개산툰에서 시작해 두만강발원지를 지나 백두산 천지까지 걸어서 두만강을 답사하는 2001 두만강천리녹색순례를 진행했다. 녹색연합 활동가, 연변록색연합회 활동가, 야생동물전문가, 지질전문가, 기자 등 총 14명이 두만강을 따라 걸으며 두만강의 환경오염 실태와 야생동식물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우선 답사하는 구간의 주 오염원을 설정하고 주민 탐문조사를 통해 주오염원이 주민생활에 미친 영향, 그 영향이 반영된 지역에 대한 조사를 기본으로 하였다. 특히 두만강유역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만나 두만강오염이 지역주민의 생활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착실히 기록하였다.
이번 조사가 전문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한 조사분석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만강 하구에서 상류까지 오염원과 오염정도 그리고 주민피해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자료로 쓸 수 있다. 이번 2001 두만강천리녹색순례는 유엔개발계획과 지구환경기금의 두만강유역 환경보전을 위한 민간단체 소액기금사업(SGP)의 하나로 진행되었으며, 내년에는 두만강하구 방천에서 개산툰까지 걸어서 순례하는 2002 두만강천리녹색순례가 진행될 예정이다.

2. 두만강
백두산 남동쪽 사면에서 발원하여 나진선봉직할시 선봉군 우암리에서 동해로 흐르는 강.
위치 : 둥베이 및 연해주 국경
유역면적 : 32,920㎢
길이 : 547.8km
길이 547.8㎞, 유역면적 32,920㎢이며, 한국․중국․러시아의 국경을 흐른다. 상류에서 유선까지는 북동방향, 유선에서 온성까지는 남북방향, 온성에서 어구까지는 남동방향으로 흐른다.주요 지류는 상류인 백두산~무산 사이에서 흘러드는 소홍단수(76.5㎞)․서두수(173.1㎞)․연면수(80㎞)․성천수(76.3㎞), 중국의 흉기하, 중류인 무산~온성 사이에서 흘러드는 회령천(46㎞)․보율천(31.8㎞)․용천천(27㎞)․팔을천(26㎞), 하류인 온성~우암 사이에서 흘러드는 오령천(27㎞)․중국의 훈춘하․가야하 등이 있다.
상류지역은 현무암으로 된 용암대지 및 화강암․화강편마암으로 된 무산고원, 중류지역은 중산성산지, 하류지역은 낮은 산과 충적평야․모래언덕으로 되어 있다. 상류에서는 경사가 급하며 여울과 폭포가 많다. 중류에서는 상류보다 완만하며, 기슭에 낮은 단구들과 침수지들이 있다.
하류에서의 경사는 매우 완만하며 퇴적작용에 의해 생긴 온성섬․유다섬(류다섬)․사회섬․큰섬 등의 섬이 많으며 강 어구에는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다. 하류 연안에는 모래언덕과 충적평야, 흑지․만포․서번포․동번포 등의 호수가 있다. 유역의 기후는 동계 혹한 기후로, 강우량도 적어 500~700mm이다.
유역 일대 산림의 94%가 성숙림이다. 상류지역은 분비나무․가문비나무․전나무․잎갈나무 등의 침엽수림, 중․하류지역은 잎갈무․소나무․참나무․오리나무․사시나무 등의 혼합림으로 되어 있다. 서두수․연면수․성천수 등의 지류에 저수지가 건설되어 수량의 변화와 홍수가 적다. 어종으로는 두만강 고유종인 두만강야레를 비롯하여 산천어․연어․송어․황어․잉어․붕어 등이 많다.
상류의 무산(茂山) 부근은 철광석, 중류의 회령군에서 하류의 아오지에 걸쳐 갈탄산지가 있어 유역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지하자원 지대를 이룬다. 또한 임야지가 전유역의 94%를 차지하므로 임야자원도 풍부하다. 무산에서 회령에 이르는 중류부는 뗏목 수송에, 하구에서 85km까지의 하류부는 수운에 이용되고 있다.
11월 하순부터 3월 상순까지 결빙하므로 뗏목은 그 사이를 피하여 유송되어 왔으나 무산선․백무선(白茂線) 등 삼림철도의 개통으로 불편을 덜게 되었다. 연안에는 넓은 초원이 발달하여 목축이 성하며 특히 면양 방목지를 이루고 있다. 부령(富寧)에 2만 8000kW 출력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가 있다.

3. 두만강의 환경오염실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우리 아버지들의 18번이었던 ‘눈물 젖은 두만강’에는 푸른물에 노 젓는 뱃사공이 있었다.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강으로 그래서 더 그리움에 사무쳐 노래하는, 한민족의 역사와 눈물과 회한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강이 바로 두만강이다. 그러나 2001년 지금, 두만강에 더 이상 푸른물은 없다. 뱃사공은커녕 두만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던 어부들도 사라진지 너무나 오래이다.  

① 개산툰화학섬유펄프공장
일년에 3천만톤의 폐수를 쏟아내는 개산툰펄프공장은 하류에 위치한 석현종이공장과 더불어 중국에서 두만강에 흘러드는 산업폐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공장의 정화시설은 폐수에서 ‘펄프찌꺼기’만 걸러낸 채 시커먼 물을 그대로 두만강에 흘려 보내고 있다. 중국정부가 2000년까지 정화시설을 갖추지 못한 공장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려, 실제 연변과 두만강유역의 소규모 화학, 제지 공장이 속속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개산툰펄프공장과 석현제지공장은 공장을 폐쇄할 경우 주정부의 재정수입이 큰 타격을 받는데다 실업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연변자치주에서 중앙정부의 특별고려를  요청한 상태다. 수질 개선을 위해 공장을 폐쇄를 고집하면 당장 1만 명이 굶어죽을 판이다. ‘환경’에 대한 고려와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부딪히는 지점이다.

② 석현제지공장
개산툰화학섬유펄프공장에서는 해마다 3,000여만㎥의 폐수를 또 그보다 하류에 위치한 석현종이공장에서는 20,800여만㎥의 폐수를 두만강으로 흘려보낸다. 지금 두만강 물은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 이하이다.

③ 무산철광
무산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두만강은 마치 연탄 몇 트럭분을 강물에 부어 휘저어 놓은 것 같은 잿빛이다. 바로 북한 무산철광에서 철광을 분리하고 남은 돌가루를 그대로 두만강에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무산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는 층계층계로 깎여 있고, 그 단 위로 수십 여대의 불도우저가 노천에서 철광석을 캐 올리고 있다. 과연 아시아 최대의 철광산지에 걸맞는 규모였다. 무산 철광은 한 해 생산능력이 5백만 톤인데, 철함량도 높아 100kg의 암석을 채굴하면 65kg의 철을 얻을 정도다. 인수동에서 만난 김일룡(53)씨에 따르면 두만강에 돌가루 물이 내려오기 시작한 것은 69년도부터라고 한다. 그 때 당시 두만강은 천지만큼이나 새파랬고, 말십조개와 뱀장어가 강바닥에 깔린 자갈만큼이나 많았다 한다. 조개는 73년 이후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두만강의 오염은 안 그래도 살기 힘든 변방 주민들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었다. 강역대대에서 농사를 지어온 허보옥(56)씨는 “두만강 물로 농사 지으면 논바닥에 온통 깡치(돌가루)가 꽉 차서 못 써”라며 “예전엔 이 일대에 논농사가 그득 했는데, 지금은 물도 오염되고 또 물이 없어서  논농사가 안돼.”하며 한숨지었다. 허씨의 논밭 가에는 논에서 퍼내 쌓아놓은 돌가루가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두만강 물이 처음으로 유입되는 논은 아예 농사를 짓지 않는다. 농사도 안될 뿐 아니라 돌가루를 1차적으로 침전시키기 위해 고안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이다. 돌가루가 들어와 땅이 굳어버리면 벼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수확량이 줄어든다.
돌가루는 농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생산한 전력 모두를 북한에 공급하고 있는 두만강  중상류에 위치한 백금 발전소에서는 다른 수력발전소에서 8년에서 10년에 한번 가는 터빈을 해마다 교체하고 있다. 돌가루가 터빈을 마모시키기 때문이다. 일년에 터빈 교체하는 데만 10만 위엔이 들어 당연히 이문이 적다. 발전소 직원들이 터빈에 쌓인 돌가루를 날마다 물로 씻어내고 삽으로 치우는 것이 큰일이라고 한다.
강물이 오염됨에 따라 두만강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은 거의 사라졌다. 상류인 바이찐까지 거슬러 올라왔던 송어와 연어는 이제 강 하구 방천에서는 간간이 볼 수 있고, 뱀장어와 산천어는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지금은 야리, 버들개, 모래무지, 붕어 정도가 잡힐 뿐이다. 심지어 두만강 하구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페놀함유량이 높아 역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무산철광에 매몰된 철광석은 현재까지 밝혀진 매장량만 30억톤으로 남한의 1백배 규모다. 특히 노천에서 채굴하는 무산 철광은 한해 생산능력이 5백만톤인데,전력 사정이 나빠지면서 1990년대 이후 생산량을 줄여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광산은 1918년도에 일본 사람으로부터 시작했다. 그 때 당시 무산철광 바로 아래에 댐이 있었고, 해방 후에도 댐이 있어서 돌가루를 걸러서 내보냈는데, 댐 두 개가 다 차고 나서는 하나도 거르지 그대로 방류하고 있다. 현재 경제사정 때문에 댐을 못 짓고 있어서 더욱 심하다고 한다. 대소과수농장에 일하는 김수돈 (64)씨는 조선에서 지난 98년과 99년 경제사정이 어려워서 무산공장을 정지시켰을 때는 물고기 노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다가 다시 흐려졌다고 전한다. 무산철광의 돌가루물은 물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지만 공장의 폐수가 갖고 있는 위험성보다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④ 생활하수와 생활쓰레기
두만강 유역의 생활하수와 쓰레기 역시 두만강을 오염시키는 주요 요인중의 하나이다. 북한의 남양․회령,중국의 연길․도문․훈춘에서 나오는 생활폐수는 아무런 정화처리도 거치지 않은채 두만강으로 흘러든다. 주요 오염원인 개산툰화학섬유공과 석현제지공장의 폐수, 그리고 무산철광의 돌가루와 생활하수 때문에 505㎞의 두만강은 백두산을 흘러내리는 상류 106㎞를 제외하곤 심하게 오염돼 식수로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 이다.
개산툰에서 두만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을 따라 매립된 쓰레기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개산툰화학섬유공장 정화시설을 지나 강둑에 오르면 엄청난 생활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 음식쓰레기, 옷, 가구 등이 마구 버려진데다 드문드문 건축 폐기물이 매립된 현장도 관찰 할 수 있는데, 양어장으로 사용하는 못은 아예 쓰레기로 점점 메워지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숭선에는 두만강변에 그대로 버려진 병원쓰레기가 아무런 처리없이 버려져 있다. 또한 북한측에서는 폐차가 두만강변에 방치되어 있다.

⑤ 밀렵으로 인한 야생동물 감소
중국 학계에 따르면 두만강에는 송어․뱀장어․연어․산천어․붕어․모래무지 등 37종의 물고기가 서식했으나, 최근에는 백두산 기슭의 상류 100㎞를 제외한 중․하류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물고기가 사라지는 것은 수질오염과 바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69년도부터 무산철광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돌가루 물로 백금까지 거슬러 올라왔던 송어와 연어는 이제 두만강 하루에서나 간간이 지금은 야리, 버들개, 몰개미티(모래무치), 붕어 정도 잡히는데 예전보다 훨씬 더 적게 잡히고 있다. 이젠 두만강에서 어업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두만강 유역의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인적이 드문 백금발전 전까지는 하나같이 이전에는 호랑이, 곰, 여우, 늑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멧돼지, 노루, 여우, 산토끼, 꿩이 이따금씩 보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 주요원인이 바로 밀렵이었다. 강역 6대에 살고 있는 김경희(53)에 따르면 겨울만 지나면 꿩과 토끼가 다 없어진다고 전한다.
3대째 백금발전소와 인연을 맺으면서 지금은 인수동의 백금발전소 초소를 책임지고 있는 김일룡(53)씨는 두만강 상류에 속하는 백금일대의 야생동물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김일룡 씨와의 인터뷰 내용
“곰 지금도 있고, 놀가지(노루), 들꿩(사바지), 오소리, 너구리, 멧돼지가 주로 있다. 여우와 사향노루도 있다. ” “범(호랑이)은 78-79년에 직접 보았다. 백금에서 인수동으로 걸어오는 길에 높은 바위 위에서 호랑이가 눈에 불을 켜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무서워서 마을로 되돌아가서 운전수 통해서 들어 왔다. 그때가 겨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범을 볼 수가 없다. ” “곰은 물을 첨벙첨벙 건너다니고 헤엄치는 것 자주 봤다. 제 작년에도 보았다. 고사리 뜯으러 간 아줌마도 4년전에 곰 보았다고 한다.
“산양은 68-69년까지는 볼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산양은 없어졌다. 백금 너머 골짜기에 산양이 4-5마리 살고 있다.” “승냥이도 있는데 마을 개까지 물어 같다. 삵(여기서는 슬기라고 부른다)은 가득하다.” 검은담비는 가득하다. 검은담비는 나무사이로 날라 다닌다. 검은담비는 해나는 날엔 털이 반짝 거린다. 이빨은 뾰족하고 무섭다.”
“족제비도 많고, 삵(슬기)도 많다. 강가에서 털 길고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수달도 올해 봤다. 회색나는 두루미도 3쌍 살고 있다.
“황가리(황서랑=황파자)는 방귀뀌어서 고슴도치 잡는다. 방귀 뀌면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하지만 가죽이 좋아 비싸다.”

현재 중국정부는 멸종위기의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위해 지정된 사람외에는 야생동물을 포획하는 것을 전면금지하고 있다. 5년동안 실시된 사냥금지 조치로 동물들이 많이 늘었지만 이미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어든 범, 스라소니, 표범, 늑대는 이곳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순례도중 우리는 길가에서 동물의 배설물이나 발자국과 같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순례 6째날 김일성낚시터로 가는 길에서 노루와 꽃사슴을 발자국과 노루 배설물을 발견한 것이 다였다.

⑥ 중국과 북한의 물분쟁
두만강 주민들의 인터뷰 결과 두만강의 수량이 많이 줄었다는 시실을 확인했다. 초평2대 최고 연장자 최붕호(71)씨는 이전에는 북한 조양동에서 벌목하는 사람들이 떼(뗏목) 만들어 두만강에 띄워 개산툰까지 내려갔었는데 이젠 수량이 줄어서 부유까지만 간다고 한다. 두만강의 수량과 관련 두만강을 둘러싼 중국과 북한의 물끌어 대기도 잠재적인 분쟁의 가능성이 높다.
숭선에서 두만강과 합수하게 되는 북한의 서두수는 두만강 지류 중에 제일 길고 큰 강이다. 원래는 홍기하 보다 수량이 많은데 북한 대홍단 농장에서 물을 막고 끌어다 써서 수량이 적게 되었다. 현무암 지대에 위치한 대홍단 농장은 한 개 군규모이며, 지대가 높고 기온이 낮아서 수전은 못하고 한전, 특히 밀농사를 대규모로 하고 있다. 숭선을 지나 홍기하가 두만강에 합수되는 지점을 보면, 두만강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로 홍기하의 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에 대면 두만강은 홍기하의 1/4정도로 폭 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홍기하의 물을 끌어다 북한의 ‘대홍단농장’처럼 대규모 논농사를 짓고 있다.
두만강의 물부족 현상은 백금발전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백금발전소에는 지금 3개의 터빈이 있는데(800w짜리 2개, 500kw짜리 1개, 겨울엔 물이 적어서 터빈을 하나만 돌린다. 백금발전소 관계자는 북한 서두수에서 물 절반을 가두어서 물이 더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⑦ 개간과 벌목으로 인한 토사유출
북한의 다락밭은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산꼭대기까지 벌목을 하고 밭을 일구었다. 도대체 저렇게 놓은 곳에서 어떻게 농사를 짓나 싶을 정도이다. 아직도 벌목을 하고 있고, 이젠 거의 다락밭들이 산림을 야금야금 갉아먹어서 더 이상 개간을 할 곳도 없어 보인다. 대소8대에서는 북한에서 화전을 일구기 위해 난 불이 두만강을 넘어와 중국쪽의 마을과 산을 태웠다. 그래서 현재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중국정부가 임시텐트를 지어준 상황이었다.
다락밭에서 유출된 토사가 강 바닥을 높이고, 토사가 강하구에 퇴적됨으로써 해양생태계의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큰비라도 온다면 산사태와 토사유출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⑧ 증가하는 인구
두만강 중상류 지역의 작은 마을들은 점점 사라지고 인구도 도시로 유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백하, 숭선과 같이 관광의 요지로 부상하는 곳은 인구가 증가하고 건물을 건설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상업지구’로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두만강 하구의 경우 이번 답사를 통해서는 정밀조사를 하지 못했으나, 하구쪽으로 갈 수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인한 두만강 오염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환경’에 대한 것이 균형있게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⑨ 관광으로 신음하는 백두산
백두산. 그 이름 앞에 우리는 숙연해진다. 백두산의 비경을 찍은 사진 속 천지는 하늘빛을 온통 끌어당긴 것처럼 쪽빛 그 자체다. 전형적인 화산지형으로 동북아에서도 독특한 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백두산은 1960년 중국정부에 의해 자연보호구로, 1980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순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백두산으로 걸어 오르는 길, 잠을 설쳤던 두근거림은 어느새 죄스러움으로 바뀌었다. 백두산은 온통 발가벗은 채, 산등성이와 산줄기 곳곳에 허연 붕대를 둘둘 감고 있었다. 천지 꼭대기까지 2차선 포장도로가 고속도로처럼 뚫려있는 것이다. 연변공항에서 천지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내려 5분만 걸으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천지에 다다른다.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도 최고높이 2744m의 백두산에 오르는 것이다. 소문난 절경에 오르기조차 쉬우니 눈 녹는 여름철에는 하루에만 3-4천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온다. 가뜩이나 침식이 쉬운 염기성암반으로 형성된 토양이 침식되면서 천지로 유입되는 토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백두산 관광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은 40%이고, 그 중 90%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연변록색연합회 정기용(63) 고문은 “차가 주차하고 있는 이곳이 예전엔 새파랗게 풀이 자라던 곳인데, 지금은 완전히 황무지로 변해서 흙먼지만 날린다”며, “이렇게 차를 타고 와서야 백두산의 장엄함을 어디 십분의 일이라도 느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무분별한 삼림벌목, 경작지 확대, 야생동물 밀렵과 서식지 파괴는 백두산의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백두산을 가장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관광’이다. 연변자치주는 백두산관광을 기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1억7천 만위안을 들여 백두산관광지대 조성, 연길조선족민속원 등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그 중 가장 큰 규모가 바로 백두산관광삭도 건설로 외자 1억 원을 투입해 각각 1천7백 미터와 9백 미터의 삭도를 가설할 예정이다. 그 외자의 출처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이 백두산 훼손에 대한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장백폭포에서 불과 3백여 미터 거리에 있는 장백산대우호텔이 백두산에 건축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부끄러운 작태 때문이다. 중국의 자연보호구 관리법에는 보호구내 건축물은 허가가 나지 않으며 발생된 쓰레기도 보호구 밖의 처리장으로 옮겨 처리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7․8월 백두산 관광 성수기가 되면 많은 한국인들이 백두산을 찾는다. 백두산관광에 꼭 곁들여지는 것이 바로 보신관광이다. 연변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 곳곳에 위치한 노천 상점은 ‘한국 동포들의 왕림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달고 온갖 보신식품을 거래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웅담채취를 위해 쇠통을 차고있는 반달곰이 숨을 헐떡이며 좁은 우리에 갖혀 있다. 야행성인 오소리를 대낮에 바깥에 내놓아 몸을 웅크린 채 떨고있는데, 손님이 선택만 하면 그 자리에서 탕을 끓여준다고 한다. 대부분은 한국손님들로 성수기에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이렇게 곰을 사육하면서 웅담을 팔고 있는 곳이 연길 시내에서만 백여 군데에 달한다.

4. 두만강 유역 조선족들의 생활 실태

현재 중국의 가장 큰 화두는 돈을 버는 것이다. 산간 오지에서 도시로, 돈을 벌기 위한 대이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그 변화의 물결 속에 조선족 동포들도 예외가 아니다. 민박을 했던 마을에서 한국으로 돈벌이를 나간 남편이, 아내가, 자식이 행여 불법체류자로 잡히지나 않았는지 조바심에 마음 졸이며 사는 조선족들을 수없이 만났다. 어떤 마을은 한국으로 돈벌이를 간 가족을 둔 가구가 반 이상일 정도였다. 두만강에 대해 물으려고 밭가는 한 아저씨에게 말을 붙였더니, 대뜸 자식 대학 보내려고 한국으로 일하러간 아내가 몇 달째 소식이 없다며, 어떻게 좀 연락할 수 없겠냐고 통사정한다. 차마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지금도 한국정부는 한국이란 나라가 두만강 너머 연변조선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족 마을마다 부서진 큰 건물은 죄다 ‘학교’다. 백금소학교의 김웅기 교감은 “1992년까지 150명이던 학생이 해마다 20명씩 줄더니 이제 78명밖에 남지 않았다”며, “작년 1학년 입학생이 9명인데 올해는 입학대상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려면 용정으로 가야하는데, 졸업생의 반은 돈이 없어 소학교 졸업으로 그친다. 입학금 1,000위엔(16만원)을 농사짓는 변방의 시골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다. 이 와중에 북흥희망소학교에는 한 일본인이 400만엔을 학교에 기부했다는 기념비가 운동장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 또 한번 우리를 낯뜨겁게 했다.

작성자: 정책실 이유진
작성일: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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