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녹색순례 1일차]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2023.04.05 | 녹색순례-2023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녹색순례’라는 이름으로 활동가들은 그해에 가장 치열했던 환경현장을 찾아 걷습니다. 녹색순례 22년, 그 발걸음은 아파하는 이땅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23번째 녹색순례단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한강하구를 따라 걷습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그곳을 따라 걸으며 드넓은 갯벌, 생명,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접해봅니다. 순례는 7박 8일(4월 5일~4월 12일) 동안 진행되며, 순례단이 보고,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가뭄으로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고맙게도 단비가 내렸다. 그 단비로 인해 지난 주말 발생한 홍성 산불도 마저 진화됐다. 희망을 품은 단비를 맞으면서 30명 남짓한 회원과 활동가는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23회 녹색순례 발대식을 가졌다. 저마다 느끼고자 하는 것은 다를 수 있으나 무사귀환과 안전에 대한 다짐은 같았다.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순례를 떠난다. 두발로 걸으며 오감으로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코로나로 인해 4년 만에 녹색순례를 진행했다. 올해 녹색순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강하구로 순례를 나섰다. 한강은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선박 항행이 가능한 중립 수역이지만 철책 등으로 70년간 가로막힌 냉전의 강이며 바다이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알아보려 한다.

애기봉 전망대의 의미도 알게 됐다. 지역마다 DMZ 전망대가 있지만, 대부분 전망대는 지역주민이 보이지 않는다. 애기봉 전망대와 오두산 전망대만 북한 땅과 지역주민이 보이는 곳이다. 날씨로 인해 북한 땅과 지역주민이 명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임은 느껴졌다. 2018년 남북이 화해로 돌아설 때 GP가 철거되고 평화를 상징하기 위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면서 이 공원이 가진 역사적 의미도 퇴색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게 녹색순례단은 비를 맞으며 첫째 날 숙소인 김포 문수산 자연농원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내리는 비는 불편함 보다 긴 가뭄 속 내린 단비에 반가운 느낌이었다. 70년간 사람이 출입할 수 없었던 한강하구는 남과 북의 역사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비무장지대(DMZ)와 서해안 연안습지축이 만나는 곳으로 한반도의 중요한 생태지역이다. 그런 한강하구는 수도권 2천 5백만 명이 사용한 생활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쏟아져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돌아볼 이 현장에서의 첫걸음으로 23번째 녹색순례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기록_23회 녹색순례단 4모둠(이정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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