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녹색순례 6일차] 볼음도에 어서오시겨!

2023.04.10 | 녹색순례-2023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보순례를 떠납니다. ‘녹색순례’라는 이름으로 활동가들은 그해에 가장 치열했던 환경현장을 찾아 걷습니다. 녹색순례 22년, 그 발걸음은 아파하는 이땅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2023년 23번째 녹색순례단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한강하구를 따라 걷습니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만나는 그곳을 따라 걸으며 드넓은 갯벌, 생명, 그리고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접해봅니다. 순례는 7박 8일(4월 5일~4월 12일) 동안 진행되며, 순례단이 보고,듣고, 느낀 생생한 현장의 기록을 전합니다.

순례 6일 차의 아침, 새벽녘에 일어나 지은 버섯 밥을 먹으며 오늘의 걷기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섬의 북쪽 해안선이 남방한계선이며 황해도 말씨가 섞여 있는 섬, 볼음도를 걷습니다.

강화도 선수 선착장에서 배를 타 이동합니다. 며칠의 걸음에 조금은 피곤하지만, 서로 머리를 기대며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귀엽습니다. 가기 전 인천녹색연합 활동가에게 볼음도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볼음도 동쪽으로는 주문도와 아차도, 서쪽으로는 말도가 있습니다. 이중 말도는 공식적이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으레 생각하는 한강하구의 끝 지역입니다.

볼음도는 한강 하구의 쓰레기가 모이는 끝 지점이기도 합니다. 비가 많이 올 때면 접경지역이라 지뢰가 떠내려올 때도 있습니다. 한국해양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해양쓰레기의 40%는 주로 하천에서 유입된 육상 기인 쓰레기, 60%는 어업 쓰레기 등의 해상 기인 쓰레기입니다. 너무 많은 쓰레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더 다양한 볼음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바다 앞으로 황해도가 보였습니다.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오는 곳이지만, 정전협정 전에는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는 이웃 섬이었습니다. 아직도 볼음도에는 황해도 말씨를 쓰는 어르신이나 식문화 등이 남아있습니다.

볼음도의 역사를 생각해보며 걷는 중, 느닷없이 등장한 참개구리 한 마리! 개구리도 봄 맞이 산책을 나왔나 봅니다. 숲에는 연둣빛 초록빛이 가득합니다. 저수지의 윤슬도 반짝반짝 아름다워 자연으로부터 힘 받으며, 고맙고 기쁜 마음으로 걸어 나갑니다.

팔백 살 된 할아버지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도 만났습니다. 황해도에도 똑같이 팔백 살의 할머니 나무가 있습니다.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볼음도와 황해도는 나무의 생일잔치를 함께 했습니다. 음력 1월 7일(정월대보름과 정월 사이)과 7월 7일(견우와 직녀의 칠월 칠석)에 생일잔치를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갯벌도 만났습니다! 파도의 물결자국인 ‘연흔’의 모습입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바다 우렁이, 민챙이도 보입니다. (동글동글 조약돌 같은 모습)

자박자박 돌 밟으며 걷다 보니 먹이 활동을 하는 저어새의 모습도 보입니다. 숟가락 같은 부리를 물속에서 ‘저어’ 먹이를 잡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구에는 6000여마리 남은 저어새가 살고 있습니다. 그 수가 적어 세계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고, 한국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인천시의 깃대종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저어새는 한국의 갯벌에서 번식합니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인천의 갯벌은 자연유산에 빠져 있습니다. 인천 갯벌 등 핵심 갯벌을 등재 범위에 포함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처럼, 그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순례는 바닷길과 숲길을 걸어서인지, 볼음도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금세 끝나버린 기분이 듭니다. 스트레칭 쭉쭉하고, 종아리를 주물러 가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내일의 볼음도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기록: 23회 녹색순례단 2모둠(장다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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