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호|우녹사 ‘녹색연합, 새로운 전환의 길 위에서’ – 정규석 사무처장 인터뷰

2025.05.06 | NEW 녹색희망

지난 제14회 녹색연합 정기총회에서 정규석 사무처장의 두 번째 연임이 의결되었습니다. 햇수로 5년째를 맞이한 그에게 소회를 먼저 물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흘렀다”고 운을 뗀 정 사무처장은, 앞으로의 시간 동안 녹색운동을 더욱 굳건히 이어가기 위해 체력, 안정적인 재정 마련, 그리고 지속가능한 조직 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색연합이 다루는 환경 의제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한 고민, 모금과 홍보 전략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자리의 무게가 그의 말과 태도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사무실 마당 한켠에서, 자주 마주하는 동료의 얼굴을 앞에 두고도 그는 낯선 매체와의 인터뷰처럼 사뭇 진지하고 묵직한 자세였습니다.


사무처장의 자리에서 바라본 녹색연합은 어떤 단체인가요?

간명하게 말하자면, 회원 기반이 탄탄하고 활동가 중심의 운동 조직입니다. 재정적으로 독립되어 있어 외부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고, 활동가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현장성이 뛰어납니다. 그 어떤 단체보다도 지속 가능성이 높고, 활동가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생태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현장성’이 강점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녹색연합만의 자산입니다. 기후에너지 운동에서는 ‘공공성’과 ‘자연수용성’ 등 녹색연합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수많은 환경단체 중에서도 우리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의제와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지키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믿습니다.

담쟁이가 휘감은 녹색연합의 사무실 담장, 정규석 사무처장이 인터뷰 중이다.

‘녹색 사회전환 선언문’을 발표하고 실행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전국 녹색연합 규모의 큰 프로젝트로 그려지는데, 어떠한 배경과 목적에서 출발했는지요? 어떤 기대를 갖는지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본질적인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위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법과 제도 그리고 정책은 그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겨울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흔들렸던 계엄 시도 정국은 우리 사회의 취약한 기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녹색연합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자세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분명히 밝히는 선언을 공표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로서의 책임이며, 녹색운동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과거 환경정의 활동 당시 ‘내 이름을 사대강으로 개명한다’라는 기자회견을 하셨죠. 그때 정사대강으로 개명신청도 하셨던데요! 녹색연합 활동가로 합류하면서도 사대강 현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무처장 신분으로는 압수수색까지 받았고요. ‘사대강’,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저린 현장일 것 같습니다. 정규석 활동가에게 사대강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제가 환경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입니다. 당시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사업이었고, 그 부조리를 보며 ‘환경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현안을 대응하고, 대응이 실패한 후에는 그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다시금 변화를 추동하는 모든 과정을 배웠어요. 4대강 사업을 대응하면서요. 그 모든 것이 제게는 값진 배움이자, 환경운동의 전형을 익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활동가 개인에게 쉽지 않은 경험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답답한, 어떤 고통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지금도 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요. 여하간 저에게 4대강은 아픔이자, 동시에 좋은 스승 같은 존재입니다.

2010년 4월 26일, 환경정의 기자회견 “내 이름을 사대강으로 개명한다”에서 퍼포먼스 중인 정규석 활동가
사진 출처: 환경정의 홈페이지

작년부터 이어져 온 윤석열 탄핵 정국에서 몇몇 회원분들의 항의를 받았습니다. ‘환경단체가 정치적이어서 탈퇴하겠다’라는 메시지였지요. 녹색연합이 정치권을 비판하는 모습을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비판하는 활동’으로 오해하는 분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녹색연합이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종국엔 법과 제도를 바꿔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백두대간을 보호하고, 산양의 서식지를 지키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일이 모두 실상 입법과 정책의 변화 없이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의 정책과 입장을 우리의 활동 목표와 연결해 평가하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겨울의 계엄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었고, 시민단체로 당연히 녹색연합은 깃발을 들고 광장에 서야 했습니다. 그것이 녹색연합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23 계엄사태 이후로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개헌 활동에 대한 고민이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깊습니다. 제25회 녹색순례의 주제도 민주주의였지요. 지난 인터뷰에서도 한윤정 신임 공동대표님에게도 같은 질문을 드렸는데요, 생태와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나야 할까요? ‘생태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생태민주주의는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며 ‘자연의 범위 안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요. 결국 자원과 권력의 분배가 생태정의에 입각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인간 사회 자체의 지속가능성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인간 자연의 권리를 인간이 대변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 내리는 결정이 후발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는 시민과 회원분들께 한마디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녹색연합을 후원하는 것은 단지 환경운동에만 후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우리의 운동의 다른 사회운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부단히 살피고 고민합니다. 우리는 젠더, 소수자, 민주주의 등 사회 전반의 의제를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사회운동과의 연결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녹색연합을 후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의 안녕을 바라는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회원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녹색연합에서의 수많은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정 사무처장은 “한 장면만을 꼽기엔 모든 시간이 다 소중했다”고 담담히 답했습니다. 간결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사무처장으로서의 다섯 해 이상의 시간을 가득 채운 무게와 밀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 아래, 오늘도 녹색연합을 묵묵히 이끄는 정규석 사무처장. 그의 리더십은 한 사람의 결단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과 회원들의 신뢰 속에서 완성됩니다. 이 인터뷰를 읽은 당신의 마음이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녹색연합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정규석 사무처장의 목소리가 담긴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영상을 확인해보세요. 글에 미처 담지 못한 다짐과 마음이 눈빛에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와 정리 : 홍보팀 배선영

사진/영상 : 홍보팀 김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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