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호|비슐랭 ‘따뜻하게 당신을 채워드려요, 여울비건’- 맛집 탐방기, 그런데 이제 비건이 필수인

2025.05.19 | NEW 녹색희망

따뜻하게 당신을 채워드려요, 한성대입구역 여울비건

서울 성북구 성북로8길 11, 1층
화-일요일 12-20시

한줄평

먼지: 다음 월급날 또 오자!
포도: 재료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염려하는 마음 1도 없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정갈한 한 끼 식사!
오디: 다 먹고 나니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속이 찬 느낌.
긴개: 개운, 깔끔, 든든. 첫 숟갈이 곧바로 다음 숟갈을 부르는 따뜻하고 세심한 맛! 

한성대입구역 골목에 자리한 여울비건에 다녀왔어요. 

근처에 비건을 이름으로 건 식당이 있었을 줄이야! 한 번 다녀온 긴개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이번 호 목적지로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었어요.

음식마다 덥고 찬 성격이 있어, 어떤 걸 먹으면 몸을 덥혀주고, 어떤 걸 먹으면 열을 내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를테면 뿌리채소는 따뜻한 성질이고, 팥이나 수박은 차가운 성질이라지요. 이곳의 음식은 몸을 따스히 감싸주고 채워주는 온화함이 있었어요.

간결한 메뉴와 모조리 국내산이라 표기되어 있는 원산지 표시판이 인상 깊었어요. 

보통 식당에는 비건 옵션이 있지만, 이곳에는 페스코 옵션이 있습니다.

여울밥, 제주나물밥, 페스코를 위한 참나물 명란밥 모두 묵직한 솥밥에 나와요.

저는 여울밥을 먹었답니다. 이곳에만 있는 메뉴를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여울밥은 통들깨, 무, 표고버섯, 깻잎이 얹어진 솥밥이에요. 쌀알에는 달달하고 감칠맛 나는 양념이 배어있었는데, 이 달달함은 양념 맛만은 아닌 것 같았아요. 이 뭉근한 단 맛은 분명 오래 익혀 부드럽게 녹는 무의 단맛! 들깨, 무, 표고, 깻잎이라면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는 아니겠죠, 그렇지만 아이들 입맛에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솥밥의 와작와작 누룽지와 톡톡 터지는 들깨가 씹는 재미를 주어요.

실은 저는 긴개가 주문한 제주나물밥이 더 취향이었어요. 나물을 사랑해서 이곳저곳에서 나물밥을 많이 먹어왔지만 솥밥에 걱실걱실한 몇 줌의 나물만 그저 얹어 간장 양념장에 비벼먹는 보통의 나물돌솥밥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우선 나물 양이 엄청났고, 진한 양념이 잘 배어들어가 깊은 맛이 날 뿐 아니라 식감이 거칠지 않고 부드러웠어요.

몇 가지 반찬이 함께 나와요. 본연의 맛이 참 좋은 조미하지 않은 김, 양상추 샐러드, 우엉볶음, 두부톳무침, 샐러리 장아찌, 그리고 된장국입니다. 

샐러드 양념이 특별했어요. 유자와 말린 허브가 들어간 것 같았는데, 다들 도대체 무엇이 들어간 것일까 천천히 입에 굴려가며 먹어보았지만 이 허브가 무엇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상큼하지만 기분 나쁘게 달지 않고, 좋은 향이 나는데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맨날 간장으로 조린 우엉만 먹어보았는데,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우엉 반찬이 독특했어요. 

이렇게 편안하고 간결한 한 그릇 음식을 컨셉으로 한 밥집에서는 일본식 미소된장국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곳은 한국 된장국이라 좋았어요.

먹다 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하지만 가격이 쎘어요. 많이 쎄요. 흑흑 쎕니다. 나를 돌보는 것이 간곡하게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고, 먹는 것은 생과 직결되어있지요.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우리가 얼만큼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여도 사는데 참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삶입니다. 어쩌면 채소보다도 싼 식탁 위 이 고기가, 스위치만 누르면 들어오는 이 전기가 어떻게 오는지 몰라도 아무 문제 없는 그 간극을 아는 것이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하기 위한 공장식 축산에서는 생명을 생명으로 다룰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채식을 하게 되었어요. 제게 채식은 당장 구조를 바꿀 수 없어도, 다른 존재를 수단화하고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바램과 다짐인 것 같아요.

앎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서 이어가는 것이 갖는 힘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더 본격적이고 더 적극적인 다음 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 가닥 겨우 붙잡고 안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 다른 존재를 ‘연결된 동등한 주체’로 존중하는 방식이 좀 더 다채로워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건 옵션 식당이 많은 서울의 어느 지역이 아니어도, 더 비싼 가격에 점점 기준을 맞춰가지 않더라도, 비건 식당의 음식이나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찾을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상상력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어떤 마음으로 비건 아이스크림에 도전하셨나요?

☞포도: 맛있다는 긴개의 추천을 이미 받았기 때문에 기대 만발, 역시나 맛있었어요, 옆 사람의 메뉴를 한 입 맛보고는 두 입 더 뺏어먹고 싶을 정도!

☞먼지: 맛집 대백과사전 성북동에 새로 생긴 비건식당이라니, 기대가 없을 수 없죠. 다친 다리 붕대 감고 가는데 마음이 설레서 왼발로 콩콩콩 뛰어갔습니다. 

☞오디: 앞에 음식이 있으면 그냥 계속 먹는 저와는 달리 긴개씨는 맛없으면 숟가락을 놓는 사람인 것을 알기에.. 밥 먹을 때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사람인 것을 알기에.. 그런 긴개가 추천해준 이곳이 궁금했어요!

☞긴개: 이렇게 맛있는 밥집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유죄! 이미 한번 들러 행복한 식사를 한 뒤라, 녹색희망 편집팀에게 이 맛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첫 술을 뜨고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답니다.

● 여울비건 솥밥의 첫 인상은? 

☞포도: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 솥밥이 주는 묵직한 분위기가 내 마음도 차분하게 이완해 준다.

☞먼지: 정갈하다…! 대화도 정갈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오디: 돌솥밥이 아니라 커다란 도기솥밥인 것이 특이했어요. 금방 만들어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겠구나!

☞긴개: 귀하게 대접받는 순간. 반찬부터 밥알까지 허투루 나온 음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 가장 맛있었던/흥미로운 요소는?

☞포도: 샐러드의 상큼함을 ‘산초’라고 추측, 사장님께 여쭤보니 영업 비밀이라고 알려주시지 않았다 ㅠ_ㅠ 샐러드 또 먹고 싶어요.

☞먼지: 내 것 보다 남의 것이 더 맛있었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다른 메뉴를 시킨 동료는 또 내 것이 맛있다 하고. 서로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시간이었어요. 

☞오디: 제주나물밥의 부드럽고 간이 잘 배어든 나물. 묵나물 매우 사랑하지만, 솥밥의 나물은 대체로 질기거나 간이 안 되어 있었고, 단독으로 나오는 묵나물 반찬은 간이 너무 세기 일쑤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모든 게 적당할 수가! 

☞긴개: 두부와 톳을 함께 무친 반찬이 제일 좋았어요. 톡톡 터지는 톳의 식감과 부드럽게 으깨져 구르는 두부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답니다.

● 어떤 분께/어떤 상황에 추천하면 좋을까요?

☞포도: 비건인데 영양을 챙기는 게 어려울 때, 여울비건에서 몸보신하세요! (하지만 고온의 도기솥에서 밥이 많이 눌려 나와요. 이가 약해서 딱딱한 누룽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밥을 비빌 때 그릇에 붙은 밥알은 함께 비비지 마세요!)

☞먼지: 천천히 기분 좋은 식사를 즐기고 싶다, 그런데 오늘 지갑 사정이 좀 좋네? 하시는 분들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디: 나를 간곡히 돌보아야할 때!

☞긴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말이 서툴다면 맛으로 갚는 건 어떨까요? 철천지 원수를 데려갔다면 이제 그만 용서하겠다는 뜻,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갔다면 정말 너밖에 없다는 뜻, 아직 어색한 사이의 친구를 데려갔다면 앞으로 친해지자는 뜻으로 다양하게 어필할 수 있을 거예요.

318호|비슐랭 ‘따뜻하게 당신을 채워드려요, 여울비건’ – 맛집 탐방기, 그런데 이제 비건이 필수인

여울비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yeoulvegan

음미와 만끽 : 홍보팀 배선영, 김다정, 이음팀 신지선, 소하연

사진 : 홍보팀 김다정

정리 : 이음팀 소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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