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녹색 인플루언서와 맞닿는 순간, 초연결!
잘 먹고 잘 나누고 싶은 벗들이 밭으로 모여든다. 녹색희망 318호 초연결 코너에 지속가능한 식문화 플랫폼, 벗밭의 백가영 대표를 모셨습니다.

먹거리를 고민하는 벗들이 모여드는 밭, 벗밭BUTGROUND은 식탁 위에 오르는 식재료와 이야기로 관계의 매개를 만듭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 워크숍과 세미나, 식구 커뮤니티, 식문화 프로젝트 기획, 제철 농산물과 레시피 제공 등 먹거리를 둘러싼 다양하고 흥미로운 일을 쌓아갑니다.
✤ 여럿이 함께 모여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맛보는 식경험 프로그램 – 즉흥과일&채소클럽에서는 입맛을 탐구하고 소신있는 농부를 만납니다. 과일과 채소를 매개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4월 18일에 열린 ‘달래와 토마토’ 클럽 참가자들은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를 먹고, 직접 달래장도 만들었어요.
✤ 랜선 식물 공동체 샐러드연맹과 함께 계절마다 여는 가장 먼 마트 – @@마트에서는 먹거리를 밭에서 키우고, 함께 식사를 꾸립니다. 3월 1일, 고양 찬우물농장에서 열린 ‘냉이마트’ 참가자들은 마트가 아닌 밭에서 냉이를 직접 캐고 요리했습니다.
✤ 퇴근 후에 만나는 제철 식구 – 퇴근 후에서는 두런두런 모여 제철 식재료로 저녁 식사를 합니다. 5월 5일부터 열린 ‘퇴근 후 마르쉐・여름’ 참가자들은 마르쉐 출점팀 농부와 밥을 먹거나 농장으로 떠납니다.
✤ 14일만에 만드는 건강루틴에서는 ‘오늘 식사에 제철 채소 한 가지 추가하기’, ‘30분 이상 천천히 먹기’, ‘평소에 잘 안 먹는 채소 사보기’, ‘내일 먹을 메뉴 미리 정하기’, ‘오늘 식사 중 한 끼 채식하기’ 등의 다양한 식문화 선택지를 제안합니다.
청년들의 속건강을 걱정하는 청년, 백가영 벗밭 대표의 원동력과 마음가짐을 묻고 들었습니다.

대학 시절 운영한 친환경 먹거리 모임이 법인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셨지요. 통학생으로서 알 수 없었던 자취생의 밥 고민을 듣고 건강한 식생활 방법을 찾으려 했다고요. 타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벗밭의 싹을 움트게 했다니 멋져요. 환경/식문화/커뮤니티의 기반에 ‘타자에의 시선’이 있었네요. 이런 시선은 언제부터 품고 계셨나요? 타인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의 기원이 궁금합니다.
그러게요! 그치만 타인(친구)만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연결을 실감할수록 주변을 더 둘러보게 돼요. 친구가 오늘 겪는 어려움은 제가 언젠가 겪게 될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요. 결국은 우리를 위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아빠가 제철 음식, 특히 과일을 챙겨먹는 걸 좋아하세요. 예를 들면, 수박은 5월부터 9월까지 먹어요. 과일의 첫물과 끝물까지 맛보는 셈이죠. 엄연히 다른 맛이 나거든요. 여름엔 항상 살구, 자두, 포도, 복숭아, 수박 등을 챙겨 먹었어요. 또 대가족이 살다 보니 냉장고에 항상 제철 채소와 과일이 가득했어요. 그런데 그게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고, 이걸 같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청년들은 벗밭 커뮤니티에서 ‘제철 식구’를 만나지만 대표님은 전통 커뮤니티, 대가족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라오셨네요. 파편화되어 살아가는 청년들의 식생활이 제철, 건강이라는 키워드와 멀어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그 거리를 좁혀주고 싶다는 의지가 자연스럽게 생겼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일 친한 친구가 잘 챙겨먹으려고 노력하지만 혼자 과일, 채소를 제때 먹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어 벗밭을 시작하게 되었죠.
우리 모두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건데, 퇴근하고 나면 지치고 시간도 너무 늦어 대충 시켜먹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미 방전된 상태에서 나를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구매하고, 건강한 조리법을 실천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현대 사회의 노동 환경과 식생활의 연관에 대해서도 벗밭이 목소리 내주시길 바라는 욕심도 생겨요.
재작년에 프로그램 참가자들 대상으로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할 때 노동 환경과 식사의 연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모두가 느끼고 있던 부분이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퇴사 했거나, 퇴사를 앞두고 있거나,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에요. 밥 한끼 제대로 할 여유가 절실한 분들이죠.
2030 청년을 위한 건강한 식문화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교육을 기획하셨는데, 그외의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은 없을까요? 표준으로 여겨지던 ‘4인 가족’이 줄면서 5060의 식문화도 바뀌고 있을 것 같아요. 자식을 출가시킨 뒤 홀로 남은 부/모에게 새로운 식문화를 제시해드리거나, 건강한 식사가 즐거운 식사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어린이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저희의 목표 중 하나는 다양한 세대에 닿을 수 있는 식문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에요. 지금 저희가 청년 세대이고, 당사자성이 있어서,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청년과 청소년을 주 타겟으로 삼고 있지만요.
1인가구 연령대를 보아도 70대 이상이 19%정도로 가장 많다고 해요. 그 다음이 29세 이하로 18% 정도고요. 돌보아왔던 가족이 출가해도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식사가 중장년 분들께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누군가를 돌보던 사람들이 돌봄을 멈추는 순간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돌봄에 대한 감각을 깨우기 위해 작년 서울대학교 조리노동자분들과 ‘밥상회’를 가졌어요. 다른 사람들의 식사를 차리는 사람은 무엇을 먹는지 살펴보았죠. 끼니때를 놓치거나 대충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처음 청년층에게 주목했던 이유는 청년에게 먹거리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청년들은 노동과 직업 관련 교육은 다양하게 제공받지만 먹거리 교육은 노인과 어린이에게만 쏠려있잖아요. 청년에게도 먹거리 교육이 필요해요. 중년층에게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설득할 필요가 없지만, 또래 청년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인지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내 몸에 이상이 생긴 뒤에야 관심을 갖는 분들이 생기지만, 그 전에 식습관을 바꿔보자고 제안하고 싶죠. 비단 몸뿐만 아니라 환경보호까지도 이야기를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게 저희의 바람인데, 일단 먹거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죠.
‘불편해야 건강하다, 불편해야 오래간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영양학적으로 내 몸에만 건강한 음식이 아닌, 자연에게도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면 다양한 불편에 맞닥뜨리게 될 것 같아요. 대표님이 만난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보통 어떤 불편을 토로하나요? 그런 경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주는지도 궁금합니다.
상하기 전에 먹는 것이 어렵다고 말씀하세요.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은 바쁜 삶에서 냉장고 속 채소는 너무나 잊기 쉬운 것이 되고 말아요. 고기나 생선과는 다르게 얼리기도 애매하고, 금세 상해버리는 채소를 마주하고는 잎채소 포기를 선언하는 1인가구도 있을 듯해요. 채소와 과일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자연물이니까요.
더 좋은 보관방법을 선택해보는 걸 제안드려요. 좋다는 건 그 채소와 과일에 맞다는 뜻인 듯하고요. 어떤 공식이 있다기보단 그 채소나 과일이 자라는 계절을 생각해보면 좋아요. 이제 토마토의 제철이 다가오는데요. 토마토는 냉장고에 보관하면 껍질이 질겨지고 맛이 없어져요. 여름에 자라는 토마토나 가지는 더운 날씨를 좋아하니 실온에 보관하면 좋습니다. 반대로 브로콜리, 무 같이 겨울에 자라는 것들은 냉장 보관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토마토는 꼭지부터 상하거든요. 꼭지를 제거하고, 씻어 말린 뒤에 보관하면 조금 더 오래 먹을 수 있어요. 이런 방법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면, 그래도 계절의 채소와 과일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같이 모여 먹는 방법을 제안드려요. 벗밭으로 오세요!
또 요리할 때마다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조리법을 신경쓰기가 어려워요. 자유롭고 내 입맛에 맞으면서도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우시나요?
저도 그게 항상 어려워요. 그럴 땐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먹었는지를 참고해요. 겨울에는 묵나물을 먹고 봄여름에는 생나물을 먹잖아요. 토마토나 가지 같이 여름에 자라는 것들은 차가운 성질이 있어서 겨울보다 여름에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겨울에는 햇볕에 말린 채소들을 먹어서 볕의 기운을 취하라고도 해요. 이런 것들을 제 안에 저장해준다는 느낌을 쌓아가다보면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에 맞춰 식재료를 택할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배우는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요리 방식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해요.
조선시대 서유구라는 사람이 쓴 《임원경제지》라고 조선판 브리태니커가 있는데 그중 요리편 《정조지》에서 절기별 식재료를 다루고 있어요. 언젠가 이 책도 함께 읽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제철 달력을 알면 보관 방법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을텐데, 사시사철 모든 먹거리를 마트에서 구할 수 있다보니 점점 더 제철과 멀어지네요. 마트의 냉장고를 떠올리며 그냥 시원하게 두면 뭐든 오래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돼요. 절기와 자연에 대한 이해가 절실해져요.
류지현 작가의 『사람의 부엌』은 냉장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냉장고에 먹거리를 넣는 순간 상상력이 멈춘다고 해요. 당근이나 우엉 같이 아래로 자라는 뿌리 채소는 눕히기보다 세워 보관하는 것이 좋고, 버터도 물을 이용해 산화를 막고 오랫동안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고 해요. 냉장고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새로운 시도를 하니 생각해볼 법 하죠. 하지만 기후가 급변해서 어떤 방법은 이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쌀 한 톨에서 우주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밥 생각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계시네요.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이 나올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의 주제가 자꾸 다방면으로 넓혀지는 것도 바로 밥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사업을 잘하려면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메시지를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저희는 뭔가를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지속가능한 식사를 하나로 규정하기도 어렵고, 누군가의 삶에서 가능한 최선보다 저희가 너무 큰 이야기를 하면 접근부터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닿을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고 싶어요.
벗밭 활동을 하며 다양한 식재료에 도전하셨을텐데요, 벗밭 이전과 이후의 건강 상 변화가 있을까요? 또한 대표님이 최근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를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따라 먹고 싶으니까요~!
저희의 사훈 1조는 밥부터 먹자-예요.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운동도 챙기고, 식사도 잘 챙기려 하고 있어요.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저희부터 건강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실천이에요.
최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꼽기가 어렵지만… 저는 조생양파를 추천드려볼게요! 채소나 과일에는 조생, 중생, 만생종이 있는데 나오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구분해요. 같은 채소라도 일찍 수확하는 품종은 조생, 중간이 중생, 마지막에 수확할 수 있는 게 만생이에요. 만생양파는 우리가 일년 내내 접할 수 있는 품종인데 맵고 썰 때 눈물이 나요. 지금이 딱 제철인 조생양파는 단맛이 강해서 생으로 먹기에 좋아요. 얇게 썰어 샐러드에 곁들이시거나,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제철재료의 장점은 더하기보다는 빼기에 있는 것 같아요.
식재료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한 식재료의 기간별 맛도 다양하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이 제철의 데이터를 몸에 간직하는 게 중요해요. 한 식재료를 일 년만 먹는다면 데이터를 쌓을 수가 없죠. 한 가지 맛이 표준이 되면 오해를 할 수도 있어요. 껍질이 달고 맛있는 참외를 먹고 기억했다가 다음해에 같은 농장에서 같은 품종을 구매해도 맛이 다를 수 있는 거죠.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시기와 날씨에 따라서도 맛이 크게 달라져요.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구매한 채소가 맛이 없을 때 농부의 책임을 따지기 전에, 날씨의 급격한 변화를 떠올려보면 좋겠어요. 여름이 너무 길어지면서 채소 재배가 어려워지니까 시설 재배로 돌리게 되고, 그러면 또 화학 비료를 많이 사용하게 돼요. 날씨가 나쁘면 시설 재배하면 되잖아- 하기보다 왜 날씨가 나빠졌는지 질문해봐야죠.
활동이 무르익어가며 점차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프로그램에 녹여보려 했지만 참가자들의 부담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하셨지요. 한번도 벗밭에 발 디딘 적 없는 분께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전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좀더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비건과 기후위기가 주제일 때 모여드는 사람과 미식이 주제일 때 모여드는 사람이 달라요. 양극화되어있죠. 이 세계는 정말 넓지만 한번 발을 들이기가 어렵잖아요. 저희는 이런 주제에 낯설어 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저희의 전략은,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숨겼다가 사람들이 모이면 그때 함께 풀어내는 거예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식사 사진을 기대하고 모인 사람들과 식탁 너머의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짜릿해요. 아예 관심 없던 분들이 귀를 기울일 때요.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위해 채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참가자가 좀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줄 때 기쁘죠.

그럼에도 생물 다양성과 기후 변화에 대한 메시지가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런 위기의식이 가장 강력해질 때가 언제인지요?
농부님을 만날 때마다 식사에 대한 생각이 넓어져요. 기후위기의 최전방에 계신 분들이신데요.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몸으로 체감하시고, 늘 이야기해주곤 하시죠. 또 우리의 식사가 자연 환경을 바꾼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울릉도의 명이나물을 예로 들 수 있어요. 명이나물이 인기가 많아지자 울릉도의 다양한 식생이 자라던 땅을 갈아서 명이나물밭으로 만들죠. 우리가 원하는 먹거리 때문에 사라지는 존재들이 있어요. 아주 넓은 면적에 한 가지 작물을 심었을 때, 그것을 먹이식물로 삼은 곤충이 대량발생하고, 농부들은 그 곤충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초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악순환이죠.
제철에 가까운 곳에서 자라는 먹거리를 찾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채소일 수 밖에 없는게, 고기는 제철이 없거든요. 자연의 시계에 맞춰진 식사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또 하나의 레시피에 갇히면 범위가 좁아져요. 우리집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재료,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놓고 나만의 레시피를 상상해봐야 하죠.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레시피를 알려드리지 않아요. 다양한 샐러드 소스 종류를 늘어놓고 본인의 맛을 찾아가도록 재미있게 도와드리죠. 어린이들도 좋아해요. 오이를 먹지 않던 친구가 오이를 먹기도 해요.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먹거리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는 거죠. 이 재료들이 섞였을 때 이런 맛이 나는구나- 이런 발견을 할 수 있게 상상의 재료를 보태드려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식문화의 획일화를 지양하는 게 생물 다양성의 가치 이해와 맞닿아 있다고 느껴져요. 명이나물을 상품화하면 대량생산으로 이어지는 것도 공장식 축산이 생겨난 과정과 유사하고요. 어떻게 로컬푸드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더 선택지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집 주변에 시장은 없고 마트만 있거든요. 생활 반경에 획일화된 식재료만 있는 게 답답해요. 어느 지역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적다고 느껴져요. 우리 집에서 전세계의 음식을 시켜먹고 싶어하는 마음이 당연한 게 아닌데요. 로컬푸드의 개념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어느 지역에 갈 때마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러보는 편이에요. 로컬의 범위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일단 국내산이기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바나나, 오렌지, 자몽 등의 해외 과일 섭취를 줄여보는 것도 좋죠. 서울 사람들은 장을 보기 힘든 삶의 패턴이 많잖아요. 당일 주문 당일 배송해주는 사회에서 시장에 가서 먹고 싶은 재료를 고르고 요리하기가 쉽지 않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채소나 과일을 고를 때 어떤 특징을 봐야하는지 질문을 많이 했는데, 이젠 그런 질문을 아예 하지 않죠. 직접 고르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도시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지 않은, 흙이 묻은 채소를 접하게 하고 싶어요. 채소와 과일을 팔아본 적도 있는데, 사십 대에 가까운 분이 흙이 묻은 당근과 감자를 처음 만져봤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아는 세상과 제 버블 밖의 세상이 정말 다르다는 걸 계속 느끼고, 밖으로 향하려 해요. 식재료가 공장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연물이라는 것을 감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저희한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가끔은 동어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게 중요하죠.
인터뷰에서 그치면 너무 아쉬워요. 벗밭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고 싶어요. 녹색연합에 어울릴만한 식문화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식탁에 오르는 모든 식재료를 일 년 동안 키우고 수확해 식사까지 해내는 ‘우리 밥 한 번 먹자, 일 년 뒤에’ 프로그램 어떠세요 호호.
녹색연합은 지구를 지키는 분들이 모여계신 곳이잖아요! 식사를 통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아요. 제안 주신 프로그램도 너무 좋고요. 생각보다 내가 키워 내가 먹는 게 어렵지만은 않아요. 돈워리클럽의 한 꼭지로 제철 과일과 채소를 먹으며 내일의 나의 식사, 돈워리!를 외쳐봐도 좋겠네요.
생태예술 창작그룹 시티애즈네이처(City as Nature)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스토랑 – REALtimeFOOD]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 프로젝트에서 식재료를 심는 것부터 거둬 요리하는 것까지 해냈다고 해요. 수확한 뒤 뭘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는 거죠. 정말 멋진 프로젝트죠.
참가자들에게 애플민트 모종을 드리고 그걸로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모종이다보니 진딧물이 붙어 있었어요. 배송할 때 양해를 구하는 문자를 길게 써서 보냈는데 다 이해해주시더라고요. 곤충이 식물과 함께 자란다는 걸 직접 보게 된 거죠. 모종을 배송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벗밭의 고민과 녹색연합의 지향이 만나는 곳에서 제철 먹거리와 이야기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열리면 좋겠어요.
저희는 이야기가 있는 식탁을 좋아해요. 토종과 제철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작하면 쉽고 재미있어요. 막상 혼자 하려면 어려운 것들을 함께 물꼬를 튼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요.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해보면 좋겠어요.
벗밭을 지속하기 위해, 잘 먹고 잘 일하기 위해 신경쓰는 것이 있나요? 가영 님의 운동이나 취미, 휴식 방법이 궁금해요. 가영 님이 오래도록 벗밭을 이끌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요즘에는 PT를 받고 있어요 ㅎㅎ 잘 먹고 잘 자면서 체력을 잘 비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마음의 근육을 위해선 종종 필사를 한답니다!
일간 이슬아 메일을 구독했는데 그 일부를 필사했어요. 오랜만에 했더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요리도 필사도 손을 쓰며 생각을 비울 수 있어 좋아요.

마지막으로, 벗밭이 전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메시지가 환경과 기후위기에 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녹색연합의 회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의 오염을 막기 위해 기꺼이 회비를 내고 활동을 응원하는 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원들의 각오와 의지에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요. 녹색연합의 회원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지치지 말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어요! 든든함이 필요할 땐 저희가 계절의 식사를 대접할게요 🙂
쌀 한 톨, 밥 한 끼에서 타자와의 공존 방법, 1인 가구와 돌봄 노동자의 식생활, 다양한 생물종과의 공생 방법, 노동 환경과 식생활, 글로벌푸드의 한계와 로컬푸드의 지속가능성, 절기와 기후 위기 등 수많은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종횡무진하는 벗밭의 원동력이 얼마나 깊고 다양한 가치에서 뿜어져 나오는지, 생각할수록 감탄하게 됩니다. 많은, 긴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이후에도 정말 또 만나뵙게 되길 바라요.
318호|초연결 ‘먹거리 고민 들어주는’ 벗밭 백가영 대표 인터뷰
벗밭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utground/
질문 : 홍보팀 배선영, 김다정
사진 : 홍보팀 배선영
정리 : 홍보팀 김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