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녹사 – 우리가 모르는 녹색연합 사람들]
녹색연합은 청년입니다. 창립 34주년을 맞았으니 사람 나이로 치자면 젊은 편이지요. 나이로도 젊지만 마음으로도 젊습니다. 활동가들은 서로 직책보다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나누고, 연차가 높다고 해서 본부 사무실 청소에 빠지지도 않지요. 간식을 나눠 먹고 뒷정리는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그 마음을 잊지 않도록 약속문도 읽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신입활동가인데요. 이전까지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 온 사람으로서, 이렇게 평등하고 선명한 관계는 처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연차와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듣는 사람은 그 근거를 세심히 헤아려주는 덕분에 녹색연합 사무실은 언제나 활기찹니다. 이런 기운을 저는 젊다고 느낍니다. 두려움 없이 새 화두를 던지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마음이 바로 젊음 아니겠어요?
제가 멋대로 정의내린 이 젊음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새로운 시선입니다. 먼지만 쌓여있던 의제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이미 합의했으니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문제의 헛점을 뒤늦게 찾아낼 수 있다면 녹색연합은 계속해서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신입활동가들은 새로운 시선과 환기라는 엄중한 임무를 띠고 녹색연합이라는 낯선 땅에 착륙했습니다. 착륙하자마자 계엄령이 터지고, 주말마다 광장으로 함께 뛰어나가는 바람에 끈끈한 연대의 마음을 비교적 빠르게 다질 수 있었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까요? 현관문 잠그는 법도 모르던 어리버리한 신입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충실히 책임지는 한 명의 활동가가 되어갑니다. 어느덧 한 해도 반이 지나간 지금, 가장 반짝이는 눈을 가진 소하연 신입활동가를 만나 그 마음을 묻고 들었습니다.

2025년도 어느덧 반이나 지났습니다. 믿겨지나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아뇨, 말도 안돼. 지금도 ‘아니 내가 녹색연합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 하고 놀라곤 해요. 근데 벌써 반년을 일했다니요! 오늘은 다들 바쁘게 일하다가 함께 앵두를 땄습니다. 호두나무 집에서 겨울과 봄을 맞이하고 이제는 여름이 되어가고 있음이 참 기꺼워요.
작년 6월에 대학을 졸업하고 12월에 바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학생의 신분이었다가 여기 와서 일을 한다는게 뭔지 여기 와서 다 처음부터 배우고 있어요.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생경했어요. 이게 일이 되네, 내가 일을 하네. 그런 순간이 많았어요. 돌아보면 반 년 동안 그게 좋았어요. 일하는 걸 즐기는 나를 발견했어요.
녹색연합에서 맡은 일을 소개해주세요.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수행하는지도요.
회원 확대 및 관계 관리, 시민 참여 캠페인을 담당하는 이음팀에 있어요. 새로운 회원을 환영하고, 10년 회원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예우하고, 일시중지 회원 소통, 새친구 기획, 녹색희망 편집, 창립기념행사 준비 등을 맡고 있어요.
이음팀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동료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녹색연합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탱하는 깊고 건강한 뿌리를 내리는 일을 해요. 단지 후원자 수, 후원규모 등의 데이터와 숫자가 아니라, 구할 수 있는 한 명 한 명의 삶의 맥락을 구해 우리와의 연결점을 다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음팀에서는 새 충돌 문제 캠페인, 자원순환 캠페인 등도 함께 알리고 있어요. 기후위기나 서식지 보전과 같이 어쩌면 무겁게 느껴지는 키워드 대신 시민의 일상에서 접점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의제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의 동료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동료 시민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팀이죠.
지난번 이면지로 공책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 보호자가 해준 말이 좋았어요. 아이가 낙서를 많이 해 아까운 종이가 많이 생겼는데, 기록은 오래 보관하되 종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책을 만들겠다고 하셨어요. 일상에서 고민하는 삶을 사시는 그 분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났어요.
가입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등 짧은 통화를 할 때 많은 걸 전할 수는 없지만, 이 감사의 마음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해요. 제가 처음으로 증액 통화를 나눴을 때요, 너무 기뻐서 마구 감사하다고 이야기한 뒤에 전화를 끊었더니 이음팀과 옆방 조직팀까지 동시에 박수를 친 적이 있어요. 다들 저의 첫 통화에 귀 기울이고 계셨나봐요. 쑥스럽고 그랬죠.
원래 희망했던 분야와 다른 일을 하게 되었잖아요. 자연생태팀이나 기후에너지팀에서 활약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팀 배정 이후 처음엔 아쉽기도 했을텐데요. 그런데 지금은 또 팀원들과 하하호호 잘 지내잖아요. 어떻게 이음팀에 적응했는지 궁금해요.
녹색연합이 제게는 첫 직장이랍니다! 제로 베이스였으므로, 어떤 팀을 가든 적응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엽서 인쇄하기나 메일 머지나 택배 송장 인쇄하기나 지출결의서 올리기나 아주 기초적인 일이지만 제게는 모든 게 새로운 일이었고, 하나하나 배우는 성취감이 있었어요. 무슨 팀을 꼭 하고 싶고, 그게 아니면 안 된다고 가르는 스스로가 좀 어린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어떤 일이든 배움이 있고,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자, 나중에는 이렇게 다짐했어요.
새로 이음팀에 배치받아 일을 시작한 활동가가 저 말고도 둘이 있었어요. 그래서 덕분에 함께 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셋 다 처음 해보는 일에 각자 모니터 잡고 낑낑거리다가 설명 들을 땐 우르르 머리 모아 함께 듣고, 모르면 각자 기억을 떠올려 서로 알려주는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
이음팀의 매력은 뭘까요? 이음팀이라서 할 수 있는 녹색연합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세요~!
이음팀은 수화기 너머로 회원님들이 건네주는 응원과 애정을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이에요. 회원들과의 직접적 접촉면이 넓은 부서죠. 업무 특성 상 사무실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커다란 스크린 두 개 두고 일하는 것이 편하고, 함께 해야 하는 일도 많거든요! 함께 일하고 도시락 반찬 나눠먹고,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또 채식하는 팀원들이 있어서 식사 시간에 먹을 게 풍부해져서 좋아요.
이음팀에는 문턱을 낮추면서도 중요한 의제를 함께 전달하고, 사람을 많이 모으고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필요해요. 여러 테스트와 분석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무수한 고민이 있어요. 이 역시 전문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차분하게 차려입고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면접을 보던 하연이 떠오릅니다. 그날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면접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울상이 되었던 모습도 떠올라요. 호호. 결과를 기다리던 마음도 궁금해요.
하하. 저는 서류 제출한 날 엉엉 울며 과음했지만, 면접날은 괜찮았답니다. 문제는 끝나고 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긴장했다는 거에요. 웃으면서 먹은 점심이 소화가 되지 않았어요. 사무실에서 집에 가는데 2시간이나 걸리거든요. 집에 가까워지고 결과 발표 시간이 다가올수록 너무 긴장을 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미 지구 위험 한계선을 넘겼지만 그래도 우리 삶은 이어지잖아요. 그러면 이 시기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걸까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요새 무해를 많이들 이야기하지요.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서로 주고받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잖아요. 무해한 삶을 추구한다는 건 우리가 기대어 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오히려 간과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해요. 무해를 바라기보다 어떻게 하면 잘 받고, 또 잘 되돌려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런 마음으로, 이런 바람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면접을 보았던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여러 시민단체 중 왜 녹색연합에 지원하셨나요?
4대 강령부터 생각나네요. 생명존중, 생태순환사회, 비폭력평화, 녹색자치. 엄청 커다란 말들이지만 녹색연합은 정말 그런 태도로 오랜 시간 쉽게 지워지는 존재 곁에서 함께해 온 것 같아요. 아무도 주의 기울이지 않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고 구체적인 균열과 변화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몸 담은 땅에 발 붙이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삶으로 변화를 만들고 싶어요.
똑같이 녹색을 말해도 굉장히 다양한 갈래와 층위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녹색 성장, 녹색 분칠일 수도 있고. 녹색연합은 비인간 존재를 시혜적이고 관리하는 태도로 대하지 않고, 지구 그물망의 동등한 존재로 공생을 고민하되 인간 존재로서 특이성과 해야할 역할에 대한 성찰을 놓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태도가 좋았습니다.
1.5도를 넘기면 지구가 망하네, 아니 기술로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 하는 여러 관점이 있잖아요. 극단적 비관과 극단적 낙관 둘 다 답이 아니에요. 지구 위험 한계선을 이미 넘었더라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연결될 지 생각해야죠. 인간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이런 고민을 먼저 해온 선배들이 있는 녹색연합에 가서 배우고 싶었어요.

어떻게 녹색연합을 알게 되셨나요? 녹색연합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첫얼굴은 누구였는지 등 들려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생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관심 주제로 발표를 준비해야했는데, 저는 냅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찾은 자료들에 녹색연합 이름이 많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또 생태 동아리에서 4대강을 주제로 자료를 찾아보는데 출처가 대부분 녹색연합이었어요.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니 10여 년 전 스크랩한 녹색연합 관련 게시물들이 있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가고 답을 구하려 했던 곳곳에 녹색연합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3~4살 때 엄청 아팠어요. 아토피 때문에 몸이 성치 않았어요.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팠고, 손가락에 엄마가 긁지 못하게 반창고를 칭칭 감아주기도 했어요. 병원에 대한 기억이 엄청 많고, 아파서 먹고 싶은대로 먹지 못한 기억도 있고요. 그런데 산 근처로 이사를 갔더니 피부가 마법처럼 가라앉는 거예요. 이런 시간을 지나며, 내가 먹는 것과 살아가는 터전이 나를 구성하고 있음을, 다른 존재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온 몸으로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인간만 살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명확한데 어째서 계속해서 개발하고 파괴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 질문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백두대간 타는 동아리를 했었어요. 학교에서 만난 서재철 위원님이 백두대간에 대해 막 이야기하시길래 처음엔 뭐하는 사람인가 시큰둥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백두대간을 발로 다 돌아다니면서 길을 기록하고 깃대종이라는 말을 가져오고 했던 사람이 서 위원님인 거예요. 이런 분이 녹색연합에 계시는구나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들어와 본 녹색연합은 어떤 조직인가요? 기대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치열한 논의와 고민으로 다져진 틀과 장치가 있는 공간. 서로 자기가 제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곳! 하하. 그렇게 제각각 다른 모양의 사람들이 열린 장에서 결을 다듬고,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것도 꾸준히 함께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곳이요.
저(지선)는 시민운동의 이해가 없던 채로 녹색연합에 들어와서 초반 2-3년은 ‘와 이것이 운동이구나!’ 하고 매일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하연은 학창시절부터 환경, 시민사회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또 환경동아리 활동을 했다고도 들었어요. 저랑은 다른 신입활동가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때의 활동과 지금의 활동은 어떻게 다른지,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지, 혹은 같은지 궁금합니다.
친구들과 기후 생태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하며 어떠어떠 해야한다는 이상과 당위를 말해왔지만,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찐득찐득하고 말끔하게 딱 떨어지지 않아도, 땅에 발을 붙이고,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고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게 운동인 것 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정말 우울했어요. 열심히 공부하고 연마하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세상이 몇 년 뒤에 바로 끝나버릴 것 같고. 아직 어리고 충분히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 여전히 힘은 없고 그런데 모든 게 결정되어 버린 것 같고. 우울해서 자꾸 잠만 잤어요. 신념이 꺾인 시기였어요. 그런데 어떤 직선적인 흐름으로만 우리 세계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몇 년 안에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구 위험 한계선을 이미 넘은 뒤에도 우리 삶은 이어지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녹색희망을 함께 발행하는 편집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신입활동가로서 녹색연합 회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입사 전에도 우녹사 읽는 게 즐거웠어요. 녹색연합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궁금했거든요. 여러분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인터뷰를 읽고 궁금한 게 생긴 분은 언제든 메일 주세요. 현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눠요.

인터뷰와 정리 : 홍보팀 김다정
사진/영상 : 홍보팀 김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