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호 비슐랭 | 정갈함에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서촌 ‘마지’ – 맛집 탐방기, 그런데 이제 비건이 필수인

2025.08.19 | NEW 녹색희망

정갈함에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서촌 ‘마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11:30 ~ 20:00 (15:00 ~ 17:30 브레이크타임 / 월, 화 휴무)

머나먼 외국에서 친구가 와서 현지인으로서 한국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쏙쏙 추천해준다면, 여러분은 어디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제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네는 역시나 종로구, 그 중에서도 서촌이에요. 

‘마지’는 서촌 초입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촌에 늘어선 가게의 간판들이 매번 빠르게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가는 중에도, 야트막한 한옥 건물 마지는 ‘몸과 마음을 조화시키는, 건강을 위한 자연식 마지’ 현판을 걸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경복궁 서쪽 옆구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날, 마지로 향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ㄷ’자 한옥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볕입니다. 돌 탁자 위에는 우엉이 햇볕을 쬐고 있었어요. 아담한 안마당에는 장독대가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마지는 메주를 직접 쑤어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근다고 하였어요.

내부에는 한지가 발려있어 부드러운 전등, 부채, 민화와 붓 글씨가 걸려있습니다. 한옥이 주는 따스한 느낌이 참 좋아요.

저희가 주문한 메뉴는 ‘오늘의 마지’와 표고탕수, 들깨 수제비입니다. 

오늘의 마지는 표고탕수, 김치전, 무조림, 맑은 된장국, 토란대 무침 나물, 땅콩조림, 배추김치, 양상추 샐러드로 구성되어 있어요. 기장밥과 현미밥 중에 선택할 수 있답니다. 작게 나오는 샐러드에는 다른 야채는 없고, 양상추만 있는데, 상큼한 유자향이 났어요.

김치전은 구수하고 부드러워요. 신맛이 많이 느껴져서, 김치 외에도 더 신맛이 나는 무언가를 넣은 걸까 궁금했습니다. 

무조림은 오래 끓였는지 아주 부드러웠어요. 현미밥에 들깨 가루를 넣은 토란대 나물과 반들반들 땅콩조림을 얹어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조금 더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아쉬웠어요.

표고 탕수에는 큼지막한 표고와 파프리카가 들어 있어요. 표고는 튀김 옷이 거의 없고, 반쯤 말리거나 말린 표고를 불려 사용한 것 같았어요. 한가득 입에 차는데, 씹는 맛이 재밌고, 향이 좋았습니다. 소스는 걸쭉하고 맑은 소스로, 일반적인 시큼한 탕수 소스와는 달랐어요.

들깨 수제비에는 느타리, 새송이 버섯, 감자, 애호박이 큼직하게 썰려있어 식감을 잘 느낄 수 있었어요. 들깨 수제비하면 보통 꾸덕한 국물을 떠올리지만, 오히려 맑은 국물입니다. 수제비 반죽에는 고추가 갈려 들어가서, 조금 매콤한 맛이 났어요. 이 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오히려 뜨거운 기운을 내려주는 것 같다는 평도 있었답니다.

이 집은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고 하니, 종교적 이유로 식당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추천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번에는 배냉면을 맛보고 싶어요. 슴슴하고 건강한 한끼가 필요할 때, 마음에 편안한 쉼이 필요할 때 추천합니다!


다음 비슐랭은 어디로 가볼까요? 추천해주시고 싶은 곳이 있다면 여기에 댓글 남겨주세요😚 ‘여긴 널리 알려야 해!’ 혹은 ‘나는 못 가봤지만 나 대신 여기 가줘!’ 모두 좋습니다!

324호 | 비슐랭 ‘정갈함에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서촌 마지’ – 맛집 탐방기, 그런데 이제 비건이 필수인

음미와 만끽 : 이음팀 신지선, 소하연 / 녹색법률센터 박소영 변호사

정리, 사진 : 이음팀 소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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