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발보다 책으로 먼저 떠난 순례!
똑똑똑, 환경책 함께 읽는 <노크북> 코너입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광주전남연구원 김준 박사의 책 세 권을 함께 읽었어요. 갯벌과 어촌 이야기를 담은 『나는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바닷마을 인문학』, 『우리는 갯벌에 산다』입니다. 왜 이 책들을 골랐을까요? 곧 갯벌에 가거든요!
녹색연합은 1998년부터 매해 봄 녹색순례를 다녀옵니다. 스물여섯 번째 순례가 곧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갯벌이 펼쳐진 서해안을 따라 걷습니다. 시작은 부안군 줄포만 갯벌입니다. 봄바람 부는 서해안 따라 부안군 해창갯벌, 군산시 수라갯벌, 서천군 철새도래지를 걷습니다. 두 발로 자연에 든 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농성장에 연대하며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섭니다. 바다, 서해, 갯벌이라니, 지금 제 일상과 먼 단어들처럼 느껴집니다. 서해안까지 가서 마주할 광경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너무 아깝겠죠.

이번 노크북 코너에는 녹색순례에 앞서 어촌 사회와 서해안 환경, 특히 갯벌을 미리 공부하고 싶었던 참가자들이 모였습니다.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한 덕분에 부산에서도 참여할 수 있었지요. 같은 책을 읽더라도 여럿이 감상을 나누니 새로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분은 다음 선정도서를 기대해주세요. 환경책 함께 읽고 싶은 분의 참여를 언제나 기다립니다 : )
독서에 필요한 것은? 마감일과 동료!

일상에, 업무에 치어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지요.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 보다 수월합니다. 모임날이 다가올수록 핸드폰 화면보다 책을 한 장 더 넘겨보게 되지요. 온라인으로 만났지만, 마음 다해 고민한 내용을 나누는 참가자들이 꼭 같은 책상에 앉아 있는 것 같았어요.
저마다 책을 고른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생업으로써의 수산업이 궁금한 분도 있고, 갯벌 생태계와 해산물을 활용한 전통 음식이 궁금한 분도 있었습니다. 어촌 주민의 삶, 미시적 관점으로 바라본 어촌 사회, 바다 생물, 외국인에게 갯벌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 등도 독서를 통해 얻고자 했던 키워드였습니다. 알면 알수록 사랑할 수 있을테니, 사랑하기 위해 알아가려고 독서에 도전했다는 분도 있었어요.
동해 어부가 서해에서 물고기 잡을 수 있을까?

동해가 고향인 채은은 이번 독서를 통해 동해와 남해, 서해의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도를 중요하게 보는 동해와 달리 남해, 특히 서해는 완만한 해저 지형으로 인해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지역입니다. 그래서 달의 위치에 따라 물의 깊이가 달라지는 ‘물때’를 아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물때는 갯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의 생활 시간이기도 합니다. 같은 바다에서도 경도와 위도에 따라 같은 어종을 포획하는 방법과 도구가 달라진다고 하니, 동해 어부는 남해와 서해 바다에서 당황할 수도 있겠어요.
서해안의 시계는 물때가 결정한다.

저 넓은 땅이 바닷물로 가득 찬다니 신기하지요. 자바실험실의 <달이 매일 50분 씩 늦게 뜨는 이유>에 따르면 달을 같은 위치에서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매일 달라진다고 합니다. 달의 위치에 따라 물의 높이가 달라지기에, 갯벌이 잠기는 시간도 매일 달라집니다. 아이들이 작은 섬에서 큰 섬으로 갯벌에 놓은 징검다리(노두)를 건너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물때가 등하교 시간을 정했다고 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간조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야했다니, 학업 스케쥴부터 식사 시간, 일하는 시간도 물때에 따라 달랐겠어요. 해 시간에 맞춰 생활하던 육지 사람들 눈에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어촌의 시간이 낯설 것 같습니다.
백합, 사랑하기 위해 먹을 수 있을까?

포도는 『우리는 갯벌에 산다』에 등장한 백합조개 덕분에 2023년 인천 한강 하구로 떠난 녹색순례를 떠올렸습니다. 갯벌에서 백합을 잡자 그 자리에서 어민이 손질해주셔서 조개를 먹어볼 수 있었다고 해요. 덕분에 갯벌의 생태계를 느끼고, 내 입에 들어간 생명이 어디에서 살아왔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고민도 있었습니다. 환경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왜 갯벌에 들어가 생명을 먹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생명을 섭취할 수 없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어민과 갯벌의 관계, 그러니까 자연과 인간이 맺은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갯벌에 들어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습니다. 어민에게는 바다 생명이 곧 바다의 맛이었으니, 어민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자는 것이었습니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바다 생명을 잡고, 먹고, 팔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땅이 부족한 해안과 섬 지역에서 논밭을 일구기 어려운 것도 한몫 했겠지요. 어촌과 생태계의 밀접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백합 조개이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로 물을 막고 갯벌을 말려버리자 그곳에 살던 백합들이 전부 죽어버렸습니다. 백합을 캐서 살던 어민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동시에 함께 모여 먹고 살던 공동체도 힘을 잃었습니다. 백합 한 종이 사라진 것뿐인데, 한 마을이 해체되었습니다. 조개가 어민들의 보험이자 사회안전망, 자부심, 마을 그 자체였다면, 마을에서 맨손으로 잡은 조개의 맛을 경험하는 것은 어촌이 유지된 전통과 그 가치를 응원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앞으로 어디선가 백합 요리를 먹게 된다면 백합이 자란 갯벌과 그곳 어민의 삶을 함께 떠올리며 안녕을 바라보아요.
갯벌을 매고, 바위를 닦는다고? 갯닦이의 중요성

어민들은 채취하려는 해산물에 따라 갯벌과 해안 환경을 여러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바닷가 바위를 박박 닦아 돌미역이 자랄 수 있게 해주는 ‘갯닦이’가 그 예입니다. 농부들이 밭을 매듯, 어민들은 바위를 닦습니다. 바다에 떠다니던 미역 포자가 바위에 붙어 자라나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성장이지만, 갯닦이를 한 바위에서는 돌미역 생산량이 10배나 늘어난다고 합니다. 왜 때가 되면 뭍에 있던 어민들도 돌아와서 바위를 닦는지,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를 잘 모르는 외지인의 눈에는 어민들이 그저 텃세를 부려 갯벌을 점유한다고 보일 것 같습니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대대손손 관리한 소중한 갯벌이지만, 외지인에게는 주인 없는 자연 환경일뿐이니까요. 명확히 구획해 사고 팔 수 있는 논밭과 달리 바닷가 환경은 어민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생계가 달린 어민 입장에서는 갯밭을 누구나 놀다가는 열린 공간으로 내버려두기가 어려울테고요.
배를 타고 먼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는 동해 어민의 모습에 익숙했던 채은은 갯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로 ‘갯닦이’를 골랐습니다. 자연이 문을 열어주는 시간인 물때를 기다렸다가 허락된 만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돌아오는 것, 그것이 어민의 시간이로구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아야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동효는 바다를 사랑하기 위해 책을 읽다보니, 그 목적을 신경쓰느라 바다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순수하고 자연스럽게 바다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공부하며 바다를 사랑하려는 자신의 모습에서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요. ‘인간이 물고기를 처음 만난 것은 언제였을까’ 묻는 책을 넘기다보니 자신이 바다를 이해하게 될 때가 언제인지, 자신은 바다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지 궁금해졌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듣다가 저는 무릎을 쳤어요. 그래서 우리가 녹색순례에 가야하는구나, 하고요. 책이나 기사로만 접한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순례라고요. 머릿속 자연의 이미지과 실제 자연을 연결지을 기회입니다. 바다와 개념 사이의 거리감과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4월의 순례가 더욱 기다려졌어요.
선영은 그 소감을 듣고 11살 어린이 나비 연구자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 어린이가 나비가 다음 세대로 자신의 기억을 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멋진 어린이지만, 나비에게 해로운 물질로 실험하는 다른 연구자에게 항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입을 딱 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물질의 대체품을 찾아 나비를 해치지 않도록 연구했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연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연구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대요. 같은 갯벌을 두고서도 누군가는 물을 막으려 하고, 누군가는 그 속의 생명을 살리려 하니 역시 중요한 건 마음이었네요.
몸으로 익힌 지혜에 경탄하며

산과 나무, 새, 포유류는 눈으로 볼 수 있지요. 파괴되거나 개체수가 줄어든 정도를 파악하기가 비교적 용이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뭍 동물인지라 뻘흙 속, 바다 속이 곪는 것은 제때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오디는 물때에 따라 바다에 드는 어민들이 몸으로 익힌 지혜, 공존의 질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감탄했습니다. 환경 파괴는 밀양에서도, 새만금에서도 그렇듯 그곳의 동식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역시 삶터에서 뿌리 뽑히게 만듭니다. 홀로 오롯한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족 자원이 급속히 고갈되고, 갯벌이 황폐화되는 지금 어떻게 그 삶터와 나를 연관지을 것인지 고민되었다고 합니다. 책 속 문장이 아닌 생생한 입말로 갯벌을 소개하고 싶어졌다고도 했지요. 커다란 생태 그물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인간이 만든 생태적 위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길 다짐했습니다.
공존을 위한 두터운 이해

진아는 갯살림 공동체의 공존 방식을 흥미롭게 읽었다고 했습니다. 『나는 갯벌의 다정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는 그야말로 환경운동가가 쓴 책 같았다고 해요. 어민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갯벌 환경을 살리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좋았대요. 예전의 자신은 해산물 섭취에 대해 엄격히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고민해볼 수 있었다고요. 여러 형태의 삶을 납작하지 않게 보려는 노력 덕분이겠지요.
독후감을 나눈 후 저마다 마음에 든 문장을 필사했어요. 읽으며 한 번, 쓰며 한 번 책의 시선을 닮아가요.





똑똑똑, 환경책 두드리는 시간 <노크북> 이번 모임에서는 갯벌과 어민 사회를 다룬 책 세 권을 함께 읽었어요. 온라인이라 모임에 나가는 부담도 적었지요. 덕분에 부산에서도 참가자를 모실 수 있었습니다.
다음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함께해요! 한 권의 책으로 세상 보는 눈을 얼마나 크게, 넓게, 멀리 뜰 수 있는지 느껴보셔요. 처음에 말씀드렸죠, 독서에 필요한 것은 마감일과 동료라고요. 여러 의견 나눠주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거나, 필사 외에 해보고 싶은 독서 활동이 있다면 꼭 👉의견 주세요~!👈
정리: 홍보팀 김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