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립공원 주변, 광범위한 밀렵 확인

2004.02.24 |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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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올무 등 밀렵도구 200여점 수거, 밀렵에 희생된 너구리의 사체 발견

지리산 국립공원 주변에서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아직도 지리산 자락에서 밀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2004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조사원 15명을 지역에 투입하여 밀렵 현장을 확인하였다. 겨울철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서 먹이를 찾지 못하고 인근 마을로 내려오는 야생동물을 포획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밀렵도구를 설치해놓고 있었다. 3일에 걸쳐 밀렵도구 제거작업을 한 결과, 올무 200여점과 덫 2점을 수거하였고, 올무에 걸린 채 죽어 있는 너구리 사체를 발견하였다. 밀렵의 현장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동부 지리산의 중산리, 거림, 대원사 등의 주변지역으로 생태적으로는 지리산 주능선과 연결된 곳들이다.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내원리와 시천면 중산리, 내대리, 동당리 일대이다.



지리산의 야생동물은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말까지 먹이를 찾기 위해 주능선을 벗어난 외곽으로 이동한다. 밀렵꾼들은 이점을 노리고 공원 경계에서 바로 벗어난 지역에 집중적으로 올무를 설치하고 밀렵을 하고 있었다. 올무는 유연한 철사로 제작된 새 것도 있었지만, 굵기가 3~5mm 정도 되는 강철 철사 올무는 동물의 피가 묻어 녹슬어 있는 것이 많았다. 이는 밀렵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무는 야생동물들이 주로 다니는 길목 곳곳에 수십여 개가 몰려있어서 야생동물들이 올무에 걸려들 위험성은 아주 컸다.



특히, 구곡봉(961m)에서 시천면 소재지로 이어진 능선의 동물의 이동로에서 굵기 2mm정도의 강철 철사가 세 개 꼬여있는 올무에 걸려죽은 사체 한 구를 발견하였다. 두개골의 형태와 발가락의 수(4개)를 통해 너구리로 판명되었는데, 너구리 사체는 다른 동물에게 뜯기거나 썩어 뼈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주요 멸종위기동물의 보고인 곳이다. 반달가슴곰을 보존하기 위한 대대적인 밀렵단속으로 지난 90년대 말 이후 밀렵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밀렵 현장의 확인을 통해 아직도 밀렵이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백두대간의 정점인 지리산을 야생동물의 보고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밀렵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올무제거를 비롯한 밀렵도구 제거에 있어서 좀더 현실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밀렵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철에는 국립공원 내에서 보다 국립공원 외곽을 중심으로 산자락에 대한 감시와 단속이 절실하다.

※ 밀렵현장의 생생한 동영상과 사진자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2004년 2월 24일
녹색연합

※ 문의 : 자연생태국(02-744-9025), 이신애(011-9735-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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