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2) 마라도 미역의 행방불명_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강정찬 박사

2022.03.28 | 해양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연재에 앞서

‘해조류의 대량 소멸현상’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뒤덮는 ‘갯녹음’ 현상이다. 녹색연합이 작년 가을과 올해 초,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를 직접 뒤져보았다. 물 빠진 조간대는 ‘하얀 바위’ 말고는 생명체를 찾기 어려웠다. 톳, 모자반, 감태 등 바다 숲은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엇 때문일까. 해조류의 실종과 제주바다의 오염은 ‘수온상승과 육상오염’,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육지와 지하수, 바다가 연쇄적으로 벼랑 끝 위기 상황이었다.

제주바다의 ‘원형’과 ‘지금’을 알고 싶었다. 서귀포 현지 선장, 제주 생활사 연구자, 조수웅덩이 다큐 감독, 해조류와 산호 전문가, 다이빙 마스터, 미세플라스틱 아티스트, 기후변화 환경운동가, 남방큰돌고래 기록자 등 10여명의 증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2030년, 2050년의 제주바다 모습을 상상하려고 한다. 임계점의 끝에서 마지막 숨을 까딱까딱 들이키는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제주바다가 제주바다의 모습대로 온전히 존재하기를.’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2) 마라도 미역의 행방불명, 제주 밥상이 바뀐다_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강정찬 박사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미역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징후는 있었다. 8월 평균수온이 2018년 24.89도씨, 2019년 25.38도씨, 2020년 26.14도씨, 2021년 27.87도씨로 최근 4년만에 3도가 올랐다. 미역 포자는 25도 이상의 수온이 5일 정도 지속되면 죽어버린다. ‘마라도 미역 실종사건’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이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제주 해조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이 궁금했다. 제주의 해조류를 10년 이상 연구한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강정찬 박사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제주의 바다숲

안녕하세요. 우도와 마라도의 조간대 해조류를 연구했다고 들었습니다. 해조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수행한 연구는 어떤 연구였나요?

회사생활을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마음이 힘든 날이 있었어요. 고향인 제주도에 돌아와 좋아했던 바다풀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석사과정을 시작할 즈음 우도, 마라도, 비양도의 해조류 군락조사 연구 참여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해녀, 어촌계 등과 마찰이 많아 바다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어요.

우도는 2009년과 2019년, 마라도는 2010년과 2020년. 10년간의 변화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어요. 동일 지점에서 계절별로 정량 조사와 정성 조사의 두 가지 조사를 병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도면 북단, 남단 두 포인트(전흘동, 비양동)를 정해서 하루는 북단만, 또 다른 날은 남단만 진행해요. 물때에 따라 조금 때에는 조하대 조사와 사리 때에는 조간대 조사를 진행합니다. 현장에서 채집한 해조류는 종류별로 연구실에서 분류해요. 한 정점당 조간대와 조하대에 각각 상부, 중부, 하부 3단계로 구분하여 각각 방형구 네 개씩 총 24개 샘플을 채집하고 서로 해조류 종류와 생물량을 비교하죠.

얼마전 ‘KBS 다큐 붉은지구-침묵의 바다’에서 인터뷰하신 모습을 보았어요. 마라도의 톳 이야기를 하며 “3~4년 만에 이렇게까지 사라질지는 몰랐다.”라고 이야기하신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3~4년 사이에 그런 놀라운, 체감할 만한 변화가 있었나요.

2018년도에 멸종 위기 해조류를 찾으러 마라도에 갔을 때를 기억해요. 그때 조간대에 톳이 잘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2020년도에 같은 자리에 다시 들어갔는데 톳이 갑자기 없어졌더라고요. 2018년에 톳을 캐고 수확했던 곳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생태계는 슬금슬금 완만하게 변해야 하는데, 너무 빨라요. 지금 다른 곳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 제주시 한림읍 귀덕마을이 해조숲으로 굉장히 아름다웠는데 지금은 해조숲이 거의 사라지고 다른 생물들이 들어왔어요. 드라마틱한 변화에요. 10년의 변화도 굉장히 큰 충격인데 3년 만에 이렇게 사라진 걷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요.

그런 큰 변화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갯녹음, 즉 해조류의 대량 소멸 현상은 물리, 생물, 화학적 요인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나타나요. 수온 상승과 연관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어요. 그러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마라도에서 미역이 사라진 것은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미역은 겨울에 싹이 나고 봄에 자라나 미역귀에서 포자를 만들어서 뿌려요. 그러면 그 포자가 바위에 붙어서 가느다란 실,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사이즈의 사상체(絲狀體)를 형성하여 여름, 가을을 나죠. 가을이 지나 알, 정자를 만들어 수정하면 다시 미역이 됩니다. 그런데 이 사상체가 25℃ 이상의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죽어버려요. 서귀포 수온 자료를 찾아보니 2020년 몇 일 동안 26-27도 고수온이 유지되었더라고요. 한참 사상체들이 세포 분열을 하며 알을 만들어야 할 시기인데 그러지 못했어요. 저도 이번 겨울에 마라도 미역을 딱 1개체만 보았어요.

우도, 마라도 이외에 제주바다가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산호류가 많이 늘었어요. 주로 돌산호 종류가 번성하고 있어요. 협재, 한림, 비양도 인근에는 거품돌산호가 많은데 비양도 수심 10~15m 사이가 심한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전복도 많이 살았는데 거품돌산호가 번성하니 전복이 붙을 데가 없어서 잘 자라지 못해요. 해조류도 마찬가지로 붙을 데가 없어서 많이 줄었고요. 산호류와 해조류는 서로 기질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품돌산호 군락

제주바다가 100년 후면 일본 오키나와 바다처럼 된다는데,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요?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다행일 거에요. 오키나와는 해조류도 잘 붙어있고 산호도 잘 서식하고 있거든요. 지금의 제주바다의 문제는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열대, 아열대 생물이 몰려와 대신 살아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는 데 있어요. 수온이 상승한 것은 확실한데, 어떤 문제인지 몰라도 아열대성 부착동물마저도 여기서 정착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관찰돼요. 과거에 살았던 종의 영역이 다른 종으로 대체되는 것은 천이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생물의 절멸에 가까운 형태로 관찰되는 게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단순히 기후변화의 측면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지난해 녹색연합이 제주도 조간대 갯녹음 조사를 하며 박사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요, 제주 전체 해안마을의 조간대 200군데를 조사하며, ‘이 정도로 조간대에 해조류가 없다니!!’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여름에서 가을 즈음 조사해서 더 놀랐을 거예요. 4월에 조사하면 해조류가 자라서 이전에 휑하던 곳이 울긋불긋하게 변한 곳이 좀 있을 거예요. 요즘은 불등풀가사리 같은 계절성 떼조류(turf algae, 사상체 혹은 단순형 대형 조류로서 보통 잠긴 기질 표면에서 털 매트 모양으로 자라는 형태)가 자라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계절성 떼조류는 추울 때 번성했다가 싹 사라져버려요. 원래는 그 자리에 톳과 지충이 같은 다년생 해조류가 들어서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게 거의 사라지고 없는 게 문제이긴 해요.

제주도 조간대, 조하대 해조류의 정상적인 분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해조류는 온도나 수온, 파도 등에 민감해서 자기가 견딜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어 해요. 조간대의 경우, 여름에도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바위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건조에 내성이 있는 해조류가 살아요. 조하대가 시작되는 부근에 서식하는 해조류는 파도에 내성이 있죠. 예를 들자면, 조간대는 건조에 강한 패가 맨 위에 있고, 그다음에 파도에 강하면서 다소 건조 내성을 갖는 지충이, 톳, 꽈배기모자반(또는 조간대 모자반 류), 가장 아래에 파도에 강한 우뭇가사리, 서실류와 같은 떼조류가 순차적으로 분포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조하대에서는 중등도의 파도가 치는 상황을 기준으로 수심 5m까지 파도에 비교적 강한 큰잎모자반, 쌍발이모자반 등 다년생 모자반류가 분포하고 그 이하 수심으로는 잎이 넓어 파도에는 약하지만, 빛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감태의 생물량이 점점 증가하게 되죠.

불등풀가사리

지충이

모자반류

우뭇가사리

미역

마디잘록이

바위수염

제주의 해조류

조간대 해조류의 훼손이 점점 심해지는 상황인데요. 제주바다의 바다숲을 복원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요.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죠. 온난화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있어요. 제주도의 섬들인 문섬, 마라도, 형제섬 등은 조하대에 해조군락이 아직 건강하게 남아 있어요. 그런데 서귀포 법환, 안덕면 사계 등 연안 쪽은 섬 지역에 비해 수온이 더 높지 않은데도 해조류가 먼저 사라졌어요. 서귀포 표선면도 해조류 감소 현상이 매우 심해져 가고 있는데, 이보다 더 따뜻한 마라도 조하대 해조류는 아직 잘 서식하고 있어요. 이렇듯 연안 쪽 해조류 군락이 사라지는 것은 온난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육상오염물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해요.

당연히 사람의 영향 때문이겠죠. 제주도 인구수가 증가한 만큼 우뭇가사리, 모자반 생산량은 감소했어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사람이 가장 큰 원인이고,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바다에 무엇을 버리는지, 그 버린 것 중에 어떤 물질이 해조류 군락을 훼손하는지 먼저 진단하고 그 원인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도 해조류가 사라지는 것이 각종 개발 등 제주도 육지 환경 변화와 연동되어 있군요. 근거와 데이터가 있어야 규제나 인센티브를 도입할 수 있을 텐데요, 어떤 오염물질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나요. 제주도 3대 산업, 감귤(비료), 광어양식장(약품), 양돈(분뇨) 등이 원인자가 될 수 있지 않나요.

농축산업의 규모와 방식이 많이 달라졌고, 사용하는 화학물질도 더 증가했겠죠. 이 과정에서 해조류 군락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제초제, 살충제 등도 충분히 지하수를 통해 바다로 유입이 가능해요. 10여 년 전에 제초제를 싣고 가던 배가 성산 온평리에 빠져서 그 일대 해조숲이 완전히 망가져서 몇 년 동안 회복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질소와 인의 비율이 해조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있지만, 제주도는 남해 등에 비해 영양성분이 없는 빈영양화 해역으로 해조류를 양식하기에는 어려운 해역이에요. 남해는 뻘물도 들어오고 미네랄, 질소 성분 등이 충분히 공급되어 해조류가 매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요. 그러나 제주도는 빈영양 상태의 해양이어서 질소와 인이 오염원으로 지목을 받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해조류가 자랄 수 있다고 봐야 하죠.

광어 양식장의 항생제가 해조류의 ‘광합성 기작’(엽록체가 햇빛에너지를 모아 물과 CO2를 연료로 하여 여러 효소의 작용으로 탄수화물을 만드는 과정)을 망친다는 연구도 있어요. 항생제 말고 다른 물질, 예를 들면 지금은 전면 금지되었지만, 과거에는 포르말린으로 양식장 바닥 청소를 하곤 했다는데, 포르말린도 농도에 따라 해조류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죠. 그러나 양식장 영향으로 보기에는 모든 양식장 주변 해조류 군락이 망가진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죠. 그래서 ‘갯녹음의 주된 원인이 양식장 때문이다.’라고 하기에는 어려워요.

원인을 규명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죠. 원인이 하나 혹은 불과 몇 가지라면 쉽게 찾아내고 차단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해양수산부는 갯녹음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숲 조성사업을 진행하잖아요. 연간 300억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데요. 정작 갯녹음이 심각한 조간대나 얕은 수심은 놔두고 15~20m 수심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요.

그런 지적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아요. 제주도 갯녹음은 수심 5m 이내가 심각한데, 왜 깊은 곳에서 바다숲 조성사업을 하는지… 사업을 진행하는 부처는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낮은 수심에서는 시설물이 견딜 수가 없거든요. 파도가 치면 부서지니 깊은 수심에 안전하게 설치하는 거죠. 바다숲 조성사업에 대해 앞으로 방법론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거예요.

정부는 탄소 중립과 블루카본 이야기를 하며 바다숲 조성사업이 탄소흡수원을 늘리는 것, 탄소를 저감시키는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공어초를 투하해서 블루카본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이야기는 글쎄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인공어초는 보통 자연 기질 위에 올라가게 됩니다. 기질의 표면적 자체를 늘렸을 수는 있지만, 해조류는 한쪽 면(윗면)에 살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경성기질 표면적은 늘었겠지만, 해조류가 붙을 수 있는 평면적은 크게 변화가 없어요. 표면적을 얼마만큼 늘려주었다고 해서 블루카본을 늘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만약 갯녹음이 완전히 진행된 상황에서 그 위에 인공어초를 올려 해조류가 잘 자랐다면 블루카본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인공어초와 해조류 양식 방법을 결합하여 중층에서 해조류를 키우는 방식도 최근 보이던데, 이 또한 블루카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연구자 입장에서, 바다숲 조성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바다숲 조성사업의 전략과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감태군락을 유지 혹은 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지, 아니면 마라도나 우도처럼 대형 갈조류들이 어우러지는 생태를 복원하는 것이 목적인지. 만약 후자라면, ‘천연 해조류 군락을 모델로 그 생태계를 구현한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경우 인공어초가 수심, 파도, 조류 등 어떤 환경에 노출되는지, 어떤 해조류들이 잘 자생할 수 있는지, 이식 종,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죠. 지금 같이 바다숲 조성에 90% 이상 감태가 사용되는 방식은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업의 결과로서 우수한 사례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 구조물이 부서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으면 해요. 인공어초는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깨지게 되어 있고, 그 깨친 기질 위에도 해조류들이 자랄 수 있고, 깨진 어초 사이에 다양한 생물이 은신하기도 하고 서식할 수도 있어요. 해중림용 인공어초의 본질은 수중 경관이 아니라 경성 기질의 역할이죠. 그러니까 깨진 어초를 굳이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들어 올릴 필요가 있을까요. 인공어초 위에 생각만큼, 계획된 만큼 해조류 천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또 어떻습니까. 인공어초 관련 정보를 더 노출시키고 공유하면, 여러 연구자가 이에 대해 원인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겠죠. 사업 담당자들이 명확한 관점과 목표로 명확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다숲 조성사업 실패 지역과 제주의 갯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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