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차별하면서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2022.05.30 | 행사/교육/공지

지난 4월 28일, 창비와 녹색연합이 함께 기획한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인간을 차별하면서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조효제 교수와 사회를 맡은 정명희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약 60명의 참가자와 기후위기와 인권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중한 자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정리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사회학자가 왜 환경문제를 연구하는가

조효제 교수는 옥스퍼드대와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사회학을 공부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에 기여했으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유엔본부학술대회 기조강연자로 나선 바 있는 저명한 인권사회학자다. 그런데 그의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환경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저는 오랫동안 인권학자로 살아왔는데 왜 환경을 말하는 걸까요?” 연사는 모두가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던지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답은 간단했다. 인권을 연구하면서 환경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최고대표는 2015년에 이미 “기후변화는 21세기 인권의 가장 큰 위협이다”라고 경고했다. 2021년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인권의 세가지 위협으로 ①기후위기 ②생물다양성 상실 ③공해와 독성물질을 꼽았다. 연사는 인권과 환경 문제의 연계성에 대한 연이은 경고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시류에 뒤처져 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인권-기후 위기라는 복합위기에 대처하기 시작했는데, 국내의 인식 전환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인식에 부딪혔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에 집필하기 시작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인권과 환경을 잇는 사회학적 스토리텔링을 시도했고 인류세 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새로운 전환의 길을 제안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 김새롬님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담당 편집자)

닿는 이들에게 전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조효제 선생님의 이번 북토크는 그렇게 오래 묵혀온 저의 갈증을 정확하고 시원하게 해소시켰습니다. ‘인권학 전문가가 말하는 생태학살범죄’는 곧 인간학살범죄와 동의어였습니다. ‘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자료와 증거들이 그 짧은 강연시간 동안에도 쏟아져 나왔고, 선생님은 한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아 쉴 새 없이 써내려갈 정도로 이 맥락을 관통하는 강렬하고 굵직한 이야기들을 풀어주셨습니다. 특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선생님만의 그 분위기는 이런 어두운 현실 가운데서도 ‘전환’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잔잔한 웃음소리 가운데 묵직하게 마음에 심어주었습니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꾸준히, 세상은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조바심으로 천천히 변해왔습니다.”

– 송정화님 (북토크 참가자)


함께 이야기 나눈 책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소개

환경을 파괴하는 범죄 ‘에코사이드’와
인간을 말살하는 범죄 ‘제노사이드’의 연계
이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을 사회-생태 전환의 길

세계가 들끓고 있다. 한쪽에 기후-생태 위기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불평등-인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으로 맞물린 환경위기와 인권위기의 연계성을 탐색하고 이 악순환을 끊어낼 사회-생태 전환의 길을 제시하는 인권학자 조효제의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인권과 환경을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로 다루는 칸막이식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인류의 풍족한 삶을 위한 지구행성의 총체적 파괴(에코사이드)는 자연의 역습으로 인한 인간 말살(제노사이드)을 낳고 있다. 저자는 이제 환경과 인권의 심층적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구행성의 정의’라는 큰 틀에서 인권·사회 정의, 기후·환경·생태 정의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 『탄소 사회의 종말』(2020)이 인권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분석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한발 더 나아가 기후-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아이디어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 인권 개념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특히 이목을 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 인간의 권리를 과감하게 축소하되 비인간 존재까지 포괄하도록 자연의 권리는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 해소는 개별 제도를 손보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불가능하고,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전환과 이후의 전망을 일관된 서사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인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전환의 결단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태-사회 전환뿐이다. 사회·인권·정의 담론과 생태·환경·녹색 담론을 연결할 든든한 가교가 되어줄 이 책은 환경과 인권 문제를 함께 놓고 고민하는 독자들을 거대한 대화의 장으로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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